리빌드 월드 7화 유혹하는 망령 下
가로로 잘린 벽 너머에서는, 아키라가 나이프를 가로젓던 상태로 굳어있었다.
총을 쏴서 칼자루를 부분적으로 파괴한 나이프를 알파의 지시대로 휘두른 순간, 칼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온 창백한 섬광이 카히모를 벽째로 잘랐다. 아키라가 서 있는 위치에서 나이프의 날은 벽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벽에는 길이가 5m 정도 되는 균열이 생겼고, 폭이 1㎝ 정도 되는 틈 사이로 벽의 반대편이 보였다. 절단부에서는 연기가 자욱했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으며, 칼의 몸체는 휘두른 직후 먼지처럼 변해서 사라져버렸다.
아키라는 칼자루만 남은 나이프를 들고 반쯤 망연자실한 채 서 있었다. 그 옆에 있던 알파가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죽였어. 이제 괜찮아』
「……어, 아, 응. 그래」
알파의 태도는 사소한 일이라도 끝낸 것처럼 가벼웠다. 아키라는 그 반응과 현 상황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의식이 전혀 따라가지 못한 탓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낸, 자루만 남은 나이프를 다시 쳐다봤다.
「알파. 이 나이프는, 뭐야?」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구세계제 나이프라고 말할 수 있겠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판매되던 물건이야』
「구세계에서는, 일반인이 나이프로 벽을 반으로 잘라버리는 기능이 필요할 정도였어?」
『딱히 벽을 양단하는 게 주목적은 아니었어. 자르는 맛이라든가 그런 게 있잖아, 초기에는 성능을 유지하려고 했다가, 더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벽도 양단할 수 있게 된 것뿐이야. 안전장치를 파괴하지 않으면 저렇게는 할 수 없어. 나이프의 칼자루 부분을 파괴했었잖아? 그걸로 한 번만 최대출력으로 물건을 자를 수 있게 한 셈이지. 원래는 도신을 보호하거나, 날카로움을 향상하는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도신의 붕괴 제한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을 장비나 벽째로 절단하는 것은 역시 무리라고 봐』
「……아니, 그렇다고 해도 꽤 위험하지 않아?」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한 안전한 도구를, 의도적으로 위험한 방법으로 사용했으니까, 당연히 엄청 위험하지. 그래도 이건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걸?』
「뭐,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그 말을 듣고 아키라는 맞는 말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너무 위험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세계에서는 저런 물건들이 흔했다는 알파의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본 결과, 아키라는 구세계에 대한 편견이 심해졌다.
알파는 약간 득의양양해져서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어때, 내 서포트에 만족했으려나 몰라. 비록 유물 하나를 못 쓰게 만들었다고는 해도, 아키라가 그렇게 무리라고 말했던 헌터 2명을 쓰러뜨렸으니, 마음껏 고마워해도 괜찮은데 말이지?』
가벼운 농담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던 알파를 향해, 아키라가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덕분에 죽지 않았어. 고마워. 아마도 나는, 조금 전까지 알파를 완전히 믿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거야. 미안해」
알파도 태도를 바꾸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마. 이번 일을 계기로나마 믿어준다면 기쁠 것 같아,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애초 예정대로 유적 탐색을 할래? 아니면 오늘은 이대로 돌아갈래? 아키라도 피곤하겠지. 피로를 무릅쓰고 계속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어』
아키라는 어렵다는 표정을 한 채 고민했다.
「……본심을 말하자면, 피곤해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수확이 없잖아. 매입소에서 지난번 몫의 돈을 받기 위해서는, 뭐라도 가져가야 할 텐데……」
『그렇다면 여기 탐색이라도 하도록 할까. 나도 같이 찾으면, 평범한 헌터라면 간과해서 못 보고 지나친 유물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아키라는 알파의 제안대로 이 빌딩만 탐색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탐색의 수확은 손수건 몇 장이었다. 상당히 더러워져 있어서, 어지간한 헌터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아키라도 알파가 구세계제 물건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으면 무시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일단은 수확이었기에, 빌딩 내 탐색을 중단했고, 카히모 일행의 소지품을 최대한 손에 넣고 도시로 돌아갔다.
빌딩에는 카히모 일행의 시체만이 남겨졌다. 헌터가 다른 헌터를 습격했지만, 도리어 당해서 귀환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동부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어 온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