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드 월드 8화 믿음 下
체크아웃은 오전 10시까지 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알파의 제안으로 연속해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아키라는 이곳에서 훈련한다는 말에 조금 놀랐지만, 종업원에게 이야기를 해서 계속 머무르기 위한 절차를 끝마쳤다.
「이걸로 오늘도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겠네」
이 말은, 아키라가 20만 오람 중 벌써 4만 오람이나 써버린 것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자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무리해서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을 뿐, 미묘하게 잘 감추지 못했다.
알파는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고는 마음을 가다듬은 듯,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훈련을 시작하자. 준비됐어?』
아키라도 바로 마음을 다잡고,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파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아키라에게 염화를 가르쳐주도록 할게』
「염화?」
『우선, 소리를 내지 않고 대화를 한다.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것부터 순서대로 진행해보도록 하자.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은 전투에서도 중요하니까. 게다가, 아키라가 더는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수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도 없어져. 그러니까 빠르게 배우도록 해』
아키라는 어떤 훈련이라도 두말하지 않고 잘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하나, 예상외의 내용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말이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구체적인 방법을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어. 개인차도 크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뇌로 듣고, 뇌로 말한다. 그 감각을 스스로 익히는 수밖에는 없어. 일단은, 나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때? 아무렇게나 이야기해도 돼. 오른쪽을 보라든가, 간단한 지시를 내려도 좋아. 나도 거기에 응할게. 처음에는 그렇게 전해지는지부터 확인해보자』
아키라는 당황해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훈련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성과가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작은 소리를 내버리기 일쑤였고, 그러면 의미가 없다고 주의를 받으면서, 머릿속에서 시행착오를 계속했다. 의식을 집중하고 강력히 염원한다. 응시하면서 머릿속으로 호소한다. 눈을 감고 말없이 부른다. 그저 그것들을 진지하게 반복한다. 하지만 알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키라는 어렴풋한 지침밖에 없는 훈련을 진지하게 계속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 계기가 생겼다. 오른쪽을 보라고 필사적으로 호소하고 있던 아키라의 앞에 서 있던 알파가 오른쪽을 본 것이다. 아키라는 놀라고, 알파는 웃었다.
『그래 그거야. 그런 느낌이라구. 계속해보자』
「응, 그래」
아키라는 무의식적으로 염화로 대답한 것도 모른 채, 그대로 훈련을 계속했다. 한 번 성공한 후 재현하기는 비교적 쉬웠다. 그 후에는 염화를 계속 반복해서 정밀도를 높여 갔다.
『상당히 좋아졌어. 아키라도 내 목소리를 염화로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게 됐구나. 이제 어떤 굉음 속에서도 내 목소리를 놓칠 일은 없어졌다고 봐. 청각을 거치면 아무래도 다른 소리와 섞이잖아. 전투 중에 총소리가 심하면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이제 그럴 걱정은 없어졌네』
「음, 그러게. 그건 확실히 편리할 것 같아」
『그렇지? 이것도 전투 훈련의 일환이라구』
「그런데 이거, 숙소에 묵지 않고 밖에서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필사적으로 허공에 대고 무언가 호소하는 수상한 사람 그 자체인 모습을,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아?』
「……확실히」
그렇게, 웃으며 대답하는 알파를 향해 아키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염화로 어느 정도의 회화는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알파가 염화 훈련의 다음 단계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입으로 말하는 수준의 언어적인 통신은 이제 충분해. 다음은 의도나 의사, 이미지 같이 애매모호 한 것도 올바르게 보낼 수 있도록 해보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염화를 사용해서, 언뜻 보기에 말로는 전달이 어려운 것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전투 중에도 순식간에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될 거야. 그 훈련의 일환으로서, 처음에는 염화로 내 모습을 보내봐. 나는 아키라가 알려준 내용대로 갈아입을게. 그 모습이 아키라의 상상대로라면 성공이야. 한 번 해봐』
아키라는 시키는 대로 알파의 복장을 생각하고, 그것을 염화로 보냈다. 그러자 알파의 옷이 변했다. 하지만 그 옷은 여러 가지 헝겊을 적당히 꿰맨 듯 심각했다. 그걸 보고 아키라가 얼굴을 찡그린 순간, 그 옷은 더욱 변형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당황하는 아키라의 앞에, 알파가 알몸을 드러냈고, 놀리듯이 웃었다.
『실패야. 옷의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어. 그게 아니면, 내 알몸을 보고 싶었다던가?』
「아, 아니야! 빨리 뭐라도 좀 입어!」
『안 돼. 이것도 훈련이야. 내가 옷을 입기 원한다면, 제대로 된 이미지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해』
아키라는 당황해서 다시 이미지를 보냈다. 알파의 알몸이 다시 모호한 옷으로 덮였다. 하지만 당황한 만큼, 정밀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금방 알몸으로 돌아갔다.
아키라의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알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몸에 걸친 모습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일단 간소한 속옷만이라도 이미지를 떠올리면 알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당황한 아키라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알파는 알고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그 후에도 아키라는 실패를 거듭했다. 겨우 알파에게 새하얗고 하나도 꾸민 것이 없는 단조로운 옷을 입히는 데 성공한 것은, 늦은 저녁 식사를 한 이후였다.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할까. 첫날치고는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해』
「도대체 뭐가, 방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는걸, 이제 지쳤어……」
『그러면, 목욕하고 푹 쉬어』
「그렇게 할게……」
정신적으로 피곤했지만, 어제와 같은 피로는 아니었다. 아키라는 천천히 목욕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나온 후 곧바로 침대로 들어가 졸음에 몸을 맡기고 그대로 잠들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제대로 허가를 받아낸 알파는 아키라를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알파는 허가를 구했고, 아키라는 제대로 내용도 모른 채, 알파를 믿고 허가를 내줬다.
알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훈련은 아키라의 실력을, 허가는 아키라의 생존 확률을 크게 높여준다. 자신이 지정한 유적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다 고도의 서포트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을 허락해버렸는가, 피곤해서 잠들어버린 아키라에게, 그 의문이 다시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