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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남자는 묵묵히 동굴의 벽면을 곡괭이로 내려치고 있었다.
암벽이라고 해도 그렇게 딱딱하지는 않은 듯, 그다지 화려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남자는 암벽의 잔해를 어느 정도 깎아내자, 파편들을 집어 들고 물끄러미 관찰하기 시작했다.
파편의 대부분은 그대로 던져서 버렸지만, 자체적으로 알아서 살펴보고는, 몇몇 일부를 양동이 안에 던져 넣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고가 완전지 정지되어있던 츠구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푸른 눈의 남자가 벽을 파서 무언가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 남자의 양동이는 이미 선별된 돌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는 가득 찬 양동이를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한 번 쳐다보고는, 츠구토를 경계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재빨리 곡괭이를 둘러멘 후, 양동이를 소중한 듯이 품에 안고, 나타났을 때와 똑같은 장소―― 바위 그늘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츠구토는 멍하니 그런 이상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떻게든 의식을 되찾았다.
아마도 남자가 떠난 쪽으로 향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정보가 필요했고, 애초에 언제까지 이런 동굴 속에 있을 수는 없었다.
츠구토는 남자를 뒤쫓으려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런데, 문득 남자가 파고 있던 벽이 눈에 띄었다.
(……뭘 모으고 있었던 거지?)
얼핏 보면 그것은 그저 파헤쳐지고 부서진 바위의 잔해 같은 모양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갈색 조각 속에 푸르고 투명한 알갱이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뭐지…… 보석인가?)
그 남자는 보석을 채굴하고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자신에 대해서 뭔가 필요 이상으로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남자는 채굴한 보석을 옆에서 도둑맞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훔칠 바에야 내가 파고 말지」
츠구토는 혼잣말을 하면서 남자가 판 벽의 균열에 손가락을 집어넣었고, 꾹 힘을 주고 누르자, 생각했던 것보다 벽이 더 부드러운 듯, 일부가 쉽사리 무너져 내렸다. 떨어진 돌을 주워서 보니, 남자가 버리고 간 돌들보다 갈라진 틈의 중심에 푸른 알갱이가 더 많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돌, 가치가 있다면 가져가는 편이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토는 엉덩이의 주머니를 뒤져봤다. 평소라면 거기에 지갑이 들어있었지만, 역시라고 해야 할지, 지금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땅에서 돈마저도 없다. 확실히 꽤 불안한 상황이었으므로, 조금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돌을 주머니에 넣어 두기로 했다.
(좀 더 가지고 가는 편이 좋겠지…?)
츠구토는 계속해서 벽을 힘껏 깎아봤지만, 아까와는 달리 푸른 알갱이가 적은 돌밖에 나오지 않았다. 남자가 버리고 간 듯한 돌 뿐이었다.
아무래도, 척척 간단하게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남자가 이미 파 버린 뒤라서일까.
(더 채취할 수 없다면 이제 됐어. 애초에 가치가 있는 건지도 불분명하니까)
츠구토가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서려고 했을 때―― 스스로 무너져 내린 벽의 일부가 반짝 빛나는 것이 눈에 비쳤다.
눈을 번쩍 뜨고 살펴보니 푸른 돌과는 다른 깨끗한 무색투명한 예쁜 돌덩이가 묻혀 있었다.
SSS
츠구토는 푸른 눈의 남자가 떠나간 바위 그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남자의 발자취는 이미, 라기보다는 오래전에 없어지고 난 후였지만, 그곳은 외길이었기 때문에 헤매는 일도 없었다.
방금 파낸 투명한 돌―― 손에 쥐면 딱 들어맞는 크기로, 벽에 파묻혀 있었는데 흠집 하나 없는 아름다운 돌――은, 걷고 있는 츠구토의 손안에서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가치가 있는 물건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돌의 투명도를 확인하던 츠구토는, 돌에 반사되는 빛을 보고 문득 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는가 하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츠구토는 걸음을 멈췄고, 시선을 향하고 있던 길의 끝으로 향했다.
출구를 향해서 가고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직 그럴듯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는 벽과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특히, 균열 등이 있어서 그곳이 밖으로 통하고 있다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자신의 시야에 인공물과 같은 것도 일절 없다. 그런데――
(이 동굴은, 어떻게 이렇게 밝을 수가 있지?)
투명한 돌에 미세한 흠집조차 없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동굴 안은 밝았다.
츠구토는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봤지만―― 역시 광원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
아직, 그 어떤 현상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영문 모를 사실만 또 하나 생겨버렸다.
츠구토는 또 골머리를 앓을 것 같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야 알 수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그 사실을 마음속 메모장에 기록한 뒤,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후 츠구토는 처음으로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뉜 Y자 길이었다.
당연히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거의 그 생각과 동시에 의문은 해소되었다. 츠구토가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길에서 나온 사람들이, 잇달아 왼쪽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왼쪽 길을 향해 가고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양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아마 푸른 눈의 남자와 똑같이, 동굴 안에서 돌을 채굴하고 그것을 밖으로 운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츠구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출구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5분 정도 걸어가자, 시선의 끝에 계단이 보였다.
동굴 속 길의 폭과 마찬가지로 폭이 매우 넓은 계단이 있었는데, 츠구토가 열 명이 있더라도 나란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계단에 발을 올려놓고, 시선을 계단의 끝으로 향하자, 동굴 안을 가득 채운 부자연스러운 빛과는 다른 친숙한 자연의 빛―― 태양광이 눈에 들어왔다.
외부의 빛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쉰 츠구토는, 양동이를 무겁게 나르는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다.
SSS
이미 해 질 녘에 가까운 햇살에 비치는 그곳은 왁자지껄하고 시끌벅적했다.
츠구토는 굳게 메마른 땅바닥을 밟으며, 소란스러운 그곳을 살펴봤다.
계단을 다 올라가고 동굴을 빠져나간 그 끝.
그곳은 아무래도 산을 개척해 만든 광장인 것 같았다.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산림――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울창하지는 않지만, 숲이라고 부르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의 나무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곳이 좁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학교 운동장만 한 넓이일지도 모른다.
그런 넓은 공간에 전부 나무를 이용해 지은 크고 작은 오래된 건물이 몇 채,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벽돌로 지은 듯한 커다란 건물 한 채가 있었다.
츠구토는 광장을 이리저리 한가로이 걸어 다녔다.
어쨌든 사람이 많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곡괭이와 삽, 물통 등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성별은 대부분 남자였지만 연령대는 제각각이어서 아이도 있었고 노인도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100명은 족히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동굴 출구 계단에서는 사람들이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역시, 일본은 아니구나. 이만큼 사람이 있는데 흑발인 녀석이 거의 없다니, 게다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할 것 없이 옷차림이 이상하네)
광장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복장은 위화감이 있었다. 그 위화감을 말로 하면 「오래된」이라는 느낌이었다. 옷이 낡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옷 디자인―― 즉, 시대적인 의미였다.
(왠지 중세 같다고나 할까, 뭐랄까…………)
츠구토는 기가 막힌다는 듯 광장의 인간들을 관찰하다 보니, 양동이를 들고 동굴에서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츠구토는 시선으로 그들을 쫓았다.
그러자 거긴 한층 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줄을 서는 건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돌이 가득 담긴 무거워 보이는 양동이를 들고,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꽤 어수선해서 언뜻 보면 줄을 서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사람들은 확실히 줄을 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여기서 돌을 환전하는 건가?)
츠구토는 줄의 선두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던 것은 계산대와 같은 것, 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여러 개의 테이블이 가로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앞에는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은 광장에 넘쳐흐르는 사람들과는 옷차림부터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새하얀 와이셔츠 위로 검은 조끼를 걸친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주는 사람들.
그런 그들이 줄을 선 사람들로부터 양동이를 받아, 그 양동이를 테이블 위에 비치된 기구 위에 올려놓고 뭔가를 확인하고는, 돌이 담긴 양동이와 맞바꿔 동전 같은 물건을 건네주고 있었다.
일련의 모습을 보고 있던 츠구토는, 자신도 줄로 서는 편이 좋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이것뿐이니까……)
주머니에서 푸른 알갱이가 담긴 돌을 꺼내, 잠깐 바라보다가 그것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동이에 가득 찬 돌을 환금하고 있는 사람들은, 빈말로도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차림새였다.
그렇다는 것은 분명, 돌을 팔아 얻을 수 있는 벌이는 그렇게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돌 한 개 값은 대충 짐작할 만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무일푼, 인가……)
정말로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츠구토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형씨, 괜찮아?」
츠구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츠구토에게 있어서, 그것은 역시나 수수께끼의 언어였지만, 동굴 안에서 들은 남자의 말과 마찬가지로 의미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봤다.
그곳에는 나무상자 위에 색깔이 다양한 무엇인가가 가득 담긴 병이 잔뜩 놓여 있는 ――노점이 있었다.
노점 주인은 츠구토를 향해 선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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