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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시커 01권 표지입니다.



그는 깊은 어둠 속 그 안쪽에서 걷고 있었다.


붉게 뒤덮힌 표면, 갈라진 주름, 혈관들은 거의 위장 내부 같았다.


(첨벙) 그는 양수같은 노란 물웅덩이를 밟았다.


그는 손가락만한 크기가 되어 사람의 신체 속을 걸어다니고 있다고 느꼈다.


이곳은 타케다 준페이가 걷고 있는 이세계의 던전이었다.


"제기랄… 이 계층은 너무 역겨운 냄새가 나는군…"


썩은내가 나는 바람이 관처럼 생긴 복도 앞에 서있는 그의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또한 이 계층의 보스랑 싸우기 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다.


뭔가 강한 존재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서 복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은 앞서 느낀 강한 존재가 그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했고 준페이의 관자놀이에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허리에 찬 권총집을 보고 총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 총은 단단하고 무거운 강철로 만든 S&WM57 41구경 매그넘이었다.


순식간에 복도 바깥쪽에 있던 벽에서 살덩어리들이 쏟아져나왔다.


바깥쪽 벽에 붙어 있던 살덩어리가 잘리고 시뻘건 액체가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2m가 넘는 큰 붉고 거대한 거미가 나타났다.


준페이는 즉시 매그넘을 들었다. 그 후 바로 거미의 머리에서는 황녹색 액체가 치솟았고 시체는 땅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약 2분 동안 계속 길을 걸은 그의 눈 앞에 자그마한 빛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경 30m쯤 되어보이는 검붉은 색의 방에는 수많은 시체가 즐비해있었다. 바닥에선 썩은 냄새와 쇠붙이의 냄새 그리고 은은하게 화약의 냄새가 풍겼다. 방의 중앙에는 어림잡아 봤을 때 6m 넘는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다.


"스킬 사용 【감정안】"


그러자 준페이의 눈앞에 창이 나타났다.


【크레이지 맨티스】


위험도 ▼▼▼ SSS


특성 ▼▼▼ 옛날에 바깥 세상에서 한 번 출현한 적이 있었다. 그때 S랭크 모험가 10명이 희생양이 되었다. 이후 어느 한 약소국을 반괴멸상태로 만들고, 강대국에서 도움을 주러 온 궁정 마법사 150명의 자폭 마법에 의해 토벌되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널브러져 있었다. 여자들은 모두 알몸이었고, 그녀들의 배는 이상하리만큼 부풀어져있는 상태였다.


이 광경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은 단지 하나뿐이었다. 아마, 임신한 것이다.


여자들은 나사 풀린 기계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초점이 없는 눈을 하고 있었고 묽은 침을 입에서 흘리고 있었다.


(페코페코) 그 곳에 있던 여자들 중 하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경련했다. 그러자 갑자기 복부가 찢어질 것 처럼 팽창하다가 이내 터져버리고 (샤가샤가) 새끼 곤충들이 튀어나왔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준페이는 구역질을 느끼는 와중에도, 크레이지 맨티스가 자신을 향해 낫을 휘두르는 모습을 확실히 봤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약 15m였다.


꽤나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크레이지 맨티스는 낫을 휘둘렀다.


준페이는 불현듯 나쁜 예감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준페이가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있었을 자리를 곧장 통과했고 (사르륵) 미처 못숙인 그의 앞머리를 잘랐다


이 원거리 공격은…… 진공에 의한…… 카마이타치 현상인가?


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 동안 크레이지 맨티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순간이동인 것처럼 빨랐다. 움직이려는 동작도 보이지 않고 바로 별다른 예고도 없이 신속하게.


그 낫을 피하려고 준페이는 뒤쪽으로 움직였다. 아슬아슬하게도 낫은 약 5mm 차이로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친 뺨에는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그 피는 어깨를 흥건히 적셨지만 별 일 아니라는 듯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맑은 총성이 울려 퍼졌다. 20cm 정도 크레이지 맨티스의 어깨 부분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크기는 마치 탱크처럼 컸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은 치명적인 공격이 되지 못했다.


크레이지 맨티스는 또 다시 신속한 속도로 거대한 낫을 계속 휘둘러 공격했다.


마치 섬광과 같았다. 금속들이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레이지 맨티스가 눈치채기도 전에 준페이는 매그넘을 던지고 어딘가에서 일본도를 꺼내 무기를 바꾼 상태였다.


일본도는 거의 키와 비슷한 길이였다.


수많은 공격을 서로 짧은 시간동안 주고 받은 후 그는 거대한 낫의 뒤로 가서 대각선으로 크게 베었다.


그리고 성인 남성 키만한 배를 반으로 가르자 액체와 장기들이 같이 쏟아져 나왔다.


목표가 확실히 죽은 것을 확인한 그는 계속 쉼호흡을 했고, 생존자들을 한 방에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는 임신한 여자들에게 말을 붙였다.


여자들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이내 뭔가 포기한 것처럼 고개를 가로저었다.


준페이는 매그넘을 천천히 줍고 여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얼굴 표정색 하나 안 변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도합 5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방 안에 있던 숨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그 후 준페이는 크레이지 맨티스에게 접근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상의 사망 확인. 헌터 스킬 사용 【해체】」


그 말과 동시에 크레이지 맨티스의 몸이 빛의 입자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몇몇 소재가 만들어졌다.


빛나는 카드 형태가 된 그것들은 준페이 앞에 나타났다.


【포식자의 낫】


아이템 등급 ▼▼▼ 레어 (S)


특성 ▼▼▼ 크레이지 맨티스의 낫이다. 오리하르콘보다 낮은 경도의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고 (아이템 등급: 신화급), 가공은 어렵지만, 무기 재료로서 가장 높은 등급이다.


【소닉 리퍼】


스킬 등급 ▼▼▼ 전설급


특성 ▼▼▼ 근접 공격 무기로 원거리 공격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스킬. 공간을 잘라서 충격파를 만드는 방식으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유효 범위 20m 이내, 일반 공격의 0.65배 데미지


준페이는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소닉 리퍼】라 어쩔까, 이 스킬은 꽤 괜찮은데. 내가 마법을 써서 총알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41구경 매그넘의 화력인데…… 이 스킬을 먹어야 되나」


갑자기 그는 『포식자의 낫』카드를 든 채로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몸서리치며 혼잣말을 했다.


「……내가 쓸 것을 고를 틈도 없다니」


*샤아샤아* 소름돋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랑 같은 사마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눈으로 어림짐작해보니 수는 5마리였다.


어느샌가 그들은 살덩어리로 된 벽을 찢고 눈앞에 나타났다.


준페이는 자신의 힘을 고려했을 때…… 만약 싸우게 된다면 2마리가 한계치라고 생각했다.


원거리 공격 데미지가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효율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었고, 이 점을 극복한다면 쓸 수 있는 전술의 폭이 넓어져서 이 쯤은 가볍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말하면 만약 이대로 5마리에게 둘러 쌓이면 그건 죽는다는 뜻이었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나는… 크레이지 맨티스를… 먹겠어


그는 스킬 카드를 불러내서 사용했다.


그러자 카드는 빛의 입자로 변했고 그의 왼손 중지에 모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방 안에 나타난 사마귀들을 향해 일본도를 휘둘렀다.


(핑)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들어진 충격파는 제법 거리가 먼 사마귀의 몸을 잘랐다.


남은 사마귀 4마리는 그 즉시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계속해서 일본도를 2번 더 휘둘렀다.


(서걱)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2마리가 내장을 드러내고 죽었다.


그는 살아있는 적을 향해 뛰어오른 후 머리 위에서 곧장 아래로 칼을 휘둘렀다.


(서걱) 마지막 한 마리를 죽이고 그는 뒤쪽에 비치된 계단으로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면서 깊게 생각할 것이 있는 것마냥 눈을 감았고,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허탈해하며 웃기 시작했다.


「레벨이 2,500을 넘었는데…… 계속 오르고 있다니? 전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검성도 레벨이 280 정도라도 들었는데? 여기 몬스터들 경험치는……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하……」


그는 계단을 올라 문 손잡이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끼이이이익) 문을 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 말도 안되는 미궁은…… 언제쯤 끝나는 걸까? 이제 스킬 슬롯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젠장…… 이 앞은…… 상상도 안 되네…… 나는 살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봤다.


조금 전, 빛의 입자를 흡수한 중지가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


남은 손가락을 포함해 총 여섯 손가락이 보라색이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생각했다.


「나는 살아남는다… 반드시 살아남고야 만다… 이 곳을 나가기만 한다면 최강일테니까…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기필코. 나를… 그 썩을 놈들은 나를 속여서… 생존 가능성 0%인 이곳에 내던졌다. 맹세하건대, 나는 그 녀석들을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릴 거야」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나는 절대로 살아남겠어!」


버그라고 생각될만한 믿기지 않는 생물들이 존재하는 던전에 그는 산 채로 내던져졌지만 살아남았다. 모든 것은 탈출을 위해.


절망 속 심연의 나락에서 배신당한 사람이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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