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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을 찾고 있는 것은 헌터뿐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거액의 비용을 들여 유적에 부대를 보내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이, 어떨 때는 서로 돕고, 또 어떨 때는 서로 죽이면서, 유물을 수집하고 있다. 이 유적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판단할 때까지.

 

 하지만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제각각 다르다. 우선 기업이 손을 뗀다. 기업의 사병은 운용에 고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장비도 실력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구성원을 잃게 된다면 손해가 막심해지게 된다. 현재의 기술로 재현할 수 없는 구세계제 생산장치 등 손에 넣는 것이 극히 어려워서, 기업 간에 무력 쟁탈전이 되는 종류의 유물을 제외하고는 일찌감치 단념하고 손을 떼고 있다. 웬만한 유물은 헌터들에게서 돈으로 사면 되기 때문이다. 기업 등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은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돈으로 때운다.

 

 다음으로 일반적으로 헌터가 손을 뗀다. 유물을 가져가서 얻을 수 있는 보상과 몬스터의 위험성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해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판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력자와 무능한 자가 손을 뗀다. 자신의 실력으로 최대한 몬스터를 물리치고 유물을 가져가는 자와 욕심에 사로잡혀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해 죽어가는 자다. 이 두 종류의 사람 덕에 유적에는 값비싼 유물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대신 시체가 계속 쌓인다. 그리고 가져온 유물의 양과 쌓인 시체량으로 미루어 봤을 때, 두 종류의 사람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유적이 쇠퇴해가는 것이다.

 

 아키라는 그 쇠퇴한 폐허에, 강력한 몬스터들 때문에 조금 일찍 쇠퇴해버린 장소에, 본래라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튼튼하게 무장한 헌터들이 수지에 맞지 않는다고 손을 뗀 폐허에는, 상당히 값비싼 유물이 그럭저럭 남아 있었다.

 

 다만 아키라에게는 유물의 가치 따위를 알 방법이 없었다. 알파의 지시에 따라서 그럴듯한 것들을 종이봉투에 채워 간다. 이 종이봉투도 여기서 찾은 것이다. 미리 준비한 봉지는 유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고 말았다.

 

 아키라는 가지고 갈 유물을 담은 종이봉투를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종이로 만들어진 봉투는 얇고,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도시로 돌아갈 때까지,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괜찮아. 이 종이봉투도 구세계제야. 바로 구세계의 유물이라는 말씀. 보기보다 튼튼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구나. 구세계의 기술로 만들어졌구나. 대단하네」

 

 아키라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자루 안을 봤다. 안에는 아이들도 가지고 갈 수 있을법한 자질구레한 도구들이 있었다. 나름 알파가 엄선한 유물들이었다. 아키라가 잘 모르는 물건들도 들어있었다. 칼집이 달린 칼이 한 자루.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 부품이 몇 개 정도. 회복약이라고 배운 상자가 몇 상자. 붕대 같아 보이는 것. 손목시계 같아 보이는 것. 다양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봉지는 아직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었고, 그렇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좀 더 가지고 돌아가지 않을래?」

 

 모처럼 여기까지 왔다. 가능하다면 한계까지 가지고 돌아가고 싶다. 그런 미련이 남은 아키라를 보고, 알파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게 한계야. 돌아오는 길에 아키라가 문제없이 행동할 수 있는 한계량. 나도 최대한 조심할 생각이지만, 돌아가는 길에 몬스터와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걸 가지고 도망쳐야 해. 짐이 커지거나 무거워지면, 최악의 경우에는 도망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 도망치는 도중에 방해되니까 버린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적고 가벼운 편이 체력 소비도 피할 수 있고 말이야. 욕심부리면 안 된다구?』

 

 아키라도 목숨은 아까웠다. 그리고 알파의 지시에는 가능한 한 따르려고 생각하고 있다.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미련을 떨쳐버렸다.

 

「……알았어. 그럼, 이거, 전부 합쳐서 얼마나 될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유물의 매입액은 수요에 따라 변동되니까. 그리고 다 파는 건 아냐. 칼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겨두는게 좋다고 봐. 의료품도 팔지 않는 편이 좋고. 작은 부상이라도 치료를 충분하게 하지 못하면 나중에 힘들어지는 일도 많으니까, 보험이라고 생각해 둬』

 

「그러면, 팔 수 있는 유물은 더 줄어드는 거네……」

 

『필요경비야. 참아』

 

「……알았어」

 

 이걸로 팔 수 있는 유물이 2개나 줄었다. 아키라는 그것을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럼, 돌아갈까? 돌아가는 길도 충분히 힘들 거라고 생각하니까, 주의하도록 하자』

 

「응. 알았어」

 

『저 몬스터의 경비 지역을, 이번에는 꽤 무거운 짐까지 들고 돌파해야 해. 짐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져서 발견되거나 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산산조각이 날지도 몰라. 정말 주의해서 움직일 수 있지?』

 

 알파가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아키라는 얼굴을 찡그렸다.

 

「괘, 괜찮아」

 

『그럼, 출발하자』

 

아키라가 다시 긴장한 모습으로 알파의 뒤를 따라간다. 알파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아키라는 간신히 유적 밖으로 돌아왔다. 현재 있는 곳은 아직 황야였고, 충분히 위험한 장소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괴물들이 방황하는 유적지와 비교하면 월등히 안전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살아 돌아갔다고 부르기는 어려운 단계였지만,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해서 긴장을 늦추게 됐고, 그러다 보니 심신의 피로가 몰려와서, 숨을 크게 내쉬고 있었다.

 

 알파가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곤하면 잠시 쉴래? 주변 경계는 내가 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

 

「고마워. 그치만 나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조금만 쉴게」

 

『알았어. 그럼 그동안 잡담이나 할까?』

 

 잡담이라고 해봐야 슬럼가를 혼자서 꿋꿋이 살아온 아키라에게 이야깃거리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알파가 이야기하면, 아키라가 맞장구를 치는 형태였다.

 

『아 맞아 알고 있어? 저 쿠가마야마 도시는 원래 이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을 공략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응. 나도 알고 있어. 잘 알고 있네」

 

『난 이래 봬도 제법 박식하다구. 동부 쪽 정보 중심이라, 서부 쪽이나 중앙부 쪽은 영 아니지만』

 

「서부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이 활동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끔찍한 것들의 소굴이라고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

『나도 잘은 모르지만. 과학기술 같은 것이 전혀 발전되어 있지 않다든가, 마법사가 있다든가, 미심쩍은 이야기를 좀 아는 정도야』

 

「중앙부는 확실히, 국가……였나? 뭔가 그렇게 불리는 조직이 많이 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대략적인 설명을 해보자면, 중앙부 통치국가연합, 통칭 국제연합에 가입한 국가의 영토 전역을 중앙부라고 부르고 있어. 국가라는 건 통치제도가 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야. 그리고 중앙부에서 동쪽을 동부라고 불러. 동부통치기업연맹, 통칭 통기련의 지배지역을 가리키기도 해. 그리고 중앙부보다 서쪽이 서부. 총이 없다든가, 마법이 있다든가, 엘프 같은 인종이 있다든가,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어디까지 진실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역이라서, 호기심이 왕성해진 탓에 여러 가지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아키라는 그런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야?』

 

「아니, 그런 것보다 동부의 일반상식 같은 걸 먼저 알고 싶어. 난 아직 글자도 못 읽으니까」

 

『알았어. 읽고 쓰는 것 외에, 그런 부분의 일반교양도 아키라의 훈련에 추가할게. 맡겨줘』

 

「그, 그래. 고마워」

 

『천만에』

 

 알파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안에, 아키라는 고마워하면서도 조금 겁이 났다. 공짜의 대가는 비싸게 치르게 된다. 그런 생각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었다.

 

 알파는 아키라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누구보다도 알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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