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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라가 조금 전에 했던 실수에서 회복됐을 무렵, 밖에서 들리던 포격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알파는 아키라와 바깥, 양쪽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유적 탐색을 하기로 했다.

 

『밖에도 안정된 것 같고, 슬슬 헌터 생업으로 돌아가 볼까. 아키라. 이번에는 제대로 부탁할게?』

 

 아키라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이번에는 확실히 지시대로 움직일 거야. 약속할게」

 

『좋아. 가볼까』

 

 알파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아키라보다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아키라도 진지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갔다.

 

 빌딩을 나와, 조금 전 거대한 기계 계열 몬스터와 만났던 장소를 지나간다. 무너진 빌딩의 옆을 지나, 잔햇더미를 넘어 나아간다. 그리고 방금까지 전투한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빠져나와 더 나아간다.

 

 자기 돈으로 산 싸구려 권총으로 맞설 수 없는 것은 당연했고, 보이지 않는 상태로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대 몬스터용 장비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이길 가망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이 경험은 좋든 나쁘든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럽게 표정도 사나워졌다. 아키라는 마음속에 솓구치는 두려움을 감추고, 알파의 지시에 따르면 괜찮다고 믿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알파는 그런 아키라의 모습을 보고 만족해했고, 수많은 몬스터가 숨어있는 유적 속에서, 그들과 절대 만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상하리만큼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잠시 더 나아갔다. 이미 유적의 바깥 둘레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거기서 알파가 유적에 질서없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빌딩의 한 동을 가리켰다.

 

『아키라, 저기 있는 유물을 손에 넣자』

 

 아키라가 지정한 폐허를 흥미진진하다는 듯 올려다봤다. 목숨을 걸고 유적 깊숙한 곳까지 왔다. 아무래도 그만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키라가 봤을 땐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나간 다른 폐허와 같은 장소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적어도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의미 있는 건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 저기를 골랐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키라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물어보고 나서, 이 질문은 알파를 의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불안해했다. 하지만 알파는 자신에 찬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좋아. 안에 있는 유물을 찾으면서 설명해줄게』

 

 이 정도면 기대할 만 하다. 아키라는 알파의 웃는 얼굴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후, 앞장서는 알파를 따라 기분 좋게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알파가 지정한 건물은 구세계 시대의 상업시설이었다. 아키라는 그 속에서 성대하게 벌어진 상황의 흔적들을 보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찌그러진 선반 근처에는 구멍이 뚫린 벽이 있었고, 굳은 핏자국이 남아있는 바닥 위에는 기계 계열 몬스터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생물 계열 몬스터의 큰 뼈 옆에는, 인간의 뼈가 장비 파편들과 함께 흩어져 있었다. 일찍이 다양한 종류와 상품들이 넘치던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들 근처에는, 마치 그곳에 있던 구세계의 유물을 찾아 많은 헌터들이 온 것처럼 흔적들이 널려 있었고, 게다가 그 헌터들이 몬스터들과 교전한 흔적도 있었다.

 

 현존하는 구세계제 건축물은 튼튼한 것이 많다. 그 건물의 벽에 구멍이 뚫려있고, 천장이 탔다. 그것은 이 자리에서 벌어진 전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무장을 한 헌터들이, 역시 강력한 몬스터들과 서로 죽고 죽인 것이다. 모든 것은 이 자리에 있던 구세계의 유물을 얻기 위해서.

 

 널려 있는 수많은 시체는, 이곳에 그만한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혹은 구세계의 유물이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자들의 최후이기도 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안전해서야. 유적의 기계 계열 몬스터는 대부분 시설 방위용 경비 장치라던가 그런 느낌이거든. 제어장치가 손상돼서 폭주하고 있는 개체도 많지만, 단순히 경비 시스템의 일부로서 외부의 적을 계속 배제하고 있는 것들도 많아. 그런 경비 작업의 일환으로 생물 계열 몬스터도 배제 대상으로 삼는 곳이 많이 있어. 즉, 그런 기계 계열 몬스터의 방어 대상이 되는 건물 안에서는 생물계 몬스터의 위협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그러면 대신에 기계 계열 몬스터에게 습격당하는 거 아냐?」

 

『기계 계열 몬스터는 설정한 경비 경로나 경비 장소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그 경비 패턴을 파악하기만 하면 만날 가능성을 현격히 낮출 수 있어. 반대로 생물 계열 몬스터는 상황에 따라서 서식 지역을 바꾸거나, 꽤 변덕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을 미리 헤아려 짐작하기 어려워. 그래서 아키라가 나와 함께라면, 기계 계열 몬스터의 비율이 높은 건물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

 

 아키라는 슬럼가의 골목에서는 알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과연.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러면, 그 패턴은 어떻게 파악해?」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하지만 그걸 제대로, 아키라가 올바르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수십 년은 걸리니까, 그 설명은 생략할게』

 

 거기서 알파가 아키라를 바라보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제대로 듣고 싶어? 자세하게 물어보면, 아키라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대답해주겠다고 말했으니까. 이야기해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응, 아니야, 사양할게」

 

 아키라는 알파의 말이 농담이라고 이미 파악해서, 처음부터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듣고 싶다는 농담을 했다가는, 정말 끝없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은 낌새를 느끼고,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돌렸다. 알파는 아키라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음, 마음이 변하면 말해줘. 그래서 이곳에 있는 유물을 얻으려고 선택한 이유를 계속 말해보자면, 또 다른 이유는 나름대로 유물을 엄선한 결과야』

 

「엄선했다니, 여기에 그렇게 값비싼 유물이 남아있어?」

 

『유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아키라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해. 팔면 큰돈이 되는 것을 발견해도, 그것이 10톤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라면, 아키라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 반대로 한 손으로 가볍게 옮길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몬스터 옆에 있으면 가지고 가는 것은 조금 무리야』

 

「뭐, 확실히」

 

『아키라도 죽지 않고 가져갈 수 있으면서, 적당한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그나마 찾을 수 있을 만한 곳. 이곳을 선택한 건, 그러한 것들의 균형을 생각한 결과야』

 

 아키라는 알파의 설명을 듣고,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온 가치는 있었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거기서 반대로 떠올랐다.

 

……어라? 그러면, 내가 어제 찾고 있던 주변에는, 이제 이렇다 할 만한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는 말 아닌가?」

 

『그 근처 유물들은 이미 전부 없어졌어. 아키라 같은 아이들도 유물을 손에 넣으러 갈 수 있는 곳에, 지금도 값비싼 유물이 잔뜩 남아 있다면, 많은 헌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정도로 붐볐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잖아?』

 

「……확실히 그건 그러네」

 

 어제의 나는 목숨을 걸고 계속 헛수고를 하고 있었다. 아키라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새삼스레 피로감을 느꼈다.

 

「참고 계속 노력해서 유적에 가다 보면 값비싼 유물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이 짧았나? 무모했다던가」

 

 약간 낙심한 아키라를 향해, 알파가 격려해 주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무모함 덕분에 날 만날 수 있었으니까, 목숨을 걸고 유적에 간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는, 앞으로 있을 나날들에서 충분히 실감시켜줄게, 기대해도 좋아』

 

 아키라가 정신을 차린 듯 가볍게 웃었다.

 

「그래. 정말 기대되네」

 

『맡겨줘』

 

 알파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덧붙여, 유적의 둘레 외곽에는 싼 가격의 유물을 찾아보면 꽤 남아있었다. 그것들은 웬만한 헌터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지만, 슬럼가 아이들 기준이라면 충분히 비싼 가격이었다. 즉, 아키라는 그렇게까지 허탕을 친 것은 아니었다. 알파는 그것을 알고서, 아키라를 일부러 유적의 안쪽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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