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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히모는 폐빌딩 1층에서 인상을 쓴 채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총성으로 봤을 때, 교전한 것은 확실해. 그 후로, 대답이 없다. 최소한 말도 못 하는 상태라는 건데. 죽었다, 던가? 또 바보짓을 하다가 기습을 당한 건가? 아니, 그만한 총성으로 미루어 짐작해봤을 때, 무승부라도 된 건가?)

 

 확인을 하러 가야 할지, 이대로 철수해야 할지, 카히모는 망설이고 있었다.

 

(확인하러 갔을 때, 운이 좋다면 소문의 유물을 독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녀석의 장비도 돈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유인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유혹의 범주인 거지? 소문의 유물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꼬맹이가 여자를 볼 수 있는 헌터들을 이 빌딩으로 불러들이고, 죽인 후에 장비와 유물을 빼앗을 뿐이었다면? 이 빌딩이 그 사냥터라고 한다면? 저 꼬맹이를 단순한 꼬맹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니, 너무 생각이 지나쳤나?)

 

 유적의 괴담. 동료의 죽음. 그것들이 카히모의 경계를 강화하고, 의심을 깊어지게 했으며, 의식은 물러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러자,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출구인 빌딩 밖으로 향하게 됐다.

 

 그 시선의 앞에, 갑자기 핫햐의 시체가 떨어졌다. 몸에 입고 있던 것이 전부 벗겨진 시체가 땅바닥에 부딪혀 큰 소리를 냈다. 카히모는 놀라서 핫햐에게 달려가다가, 빌딩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걸음을 멈췄다.

 

(장비를 빼앗겼다. 꼬맹이는 살아있고, 일부러 핫햐의 시체를 밖에다 버렸다. 내 위치를 어렴풋이 알고 있다……)

 

 카히모가 밉살스러운 표정으로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천장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히모는 핫햐에게 달려간 자신을 쏴 죽이기 위해 총을 겨누고 있는 아키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얕보고 있어!」

 

 상대는 아이라는 것에서 비롯된 카히모의 방심과 자만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카히모는 의식을 전환한 후, 아키라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고, 정보 단말기를 꺼내 조작하자, 핫햐의 정보 단말기 위치가 표시되었다. 그 반응은 이동하고 있었으며, 아키라가 핫햐의 정보 단말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역시 위에 있었구나.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자신뿐. 그렇게 착각하고 있어 준다면야 편하지. 뒤를 쳐주마!)

 

 카히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빌딩 안으로 달려나갔다.

 

 

 아키라는 다음에 기습할 장소에서 알파에게 지시를 받고 있었다.

 

『아키라. 전에 팔지 않고 남겨놨던 나이프를 꺼내도록 해』

 

「이거?」

 

 꺼낸 나이프는 이전에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에서 얻은 구세계제 물건이었다. 날이 둥글게 되어 있어서 예리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거. 그 칼자루 아래쪽에 약간 튀어나온 부분 있지? 거기를 권총으로 쏴』

 

 아키라는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총을 겨누어 총구를 칼자루로 향했다.

 

「……일단 알겠는데, 쏘면 부서지지 않을까?」

 

『그래. 부술 거야』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 이것도 구세계의 유물이잖아? 팔면 돈이 될 텐데……」

 

『필요경비라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도록 해. 아니면 아키라가 3번 정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걸로 할래?』

 

 어딘가 즐거운 듯이 당당한 미소를 짓는 알파의 얼굴을 보고, 아키라는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카히모는 핫햐의 정보 단말기 위치를 확인했다. 반응은 벌써 10분 이상 같은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어떤 함정일지도 모른다. 카히모는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서 신중하게 나아갔다.

 

 핫햐의 정보 단말기는 통로의 한가운데에 방치되어 있었다. 카히모가 그 정보 단말기를 집어 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들켰으니까, 그냥 여기에 버렸을 뿐인가?」

 

 이 정보 단말기에서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면, 이쪽에서 기습을 가한다. 자신이 망설임 없이 다가가는 것을 상대방이 깨달았다면, 정보 단말기를 미끼로 삼아서 기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습을 알아차린 후, 도리어 상대에게 기습을 가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만큼, 그것은 의외였다.

 

 카히모의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을 통로의 그림자 등에 숨어서 저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지 않은 예감이 전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적은 반드시 기습한다. 그 예상은 정확하다고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옳았다.

 

 그다음 순간, 카히모의 몸통은 양단되었다. 방호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위아래로 갈라진 몸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절단면에서 내용물을 흩뿌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카히모는 경악과 격통 속에서, 절명하기까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근처의 벽이 옆으로 크게 잘려 있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벽째로 반으로 잘라버렸다고,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이해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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