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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딩 안을 경계하며 탐색하던 핫햐의 표정이 변했다. 통로 끝에 드레스 차림을 한 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알파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통로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무의식중에 뒤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히모에게 다짐을 한 것도 있기에, 어떻게든 단념하고 통신기로 연락을 취했다.

 

「카히모. 지금, 그 여자를 찾았다」

 

「꼬맹이도 같이 있어?」

 

「아니, 여자뿐이다. 통로 끝에 있다. 지금부터 뒤쫓겠다」

 

「꼬맹이가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라」

 

「그래. 알았다」

 

핫햐가 알파를 따라갔다. 하지만 아키라를 경계하면서 신중하게 나아가고 있어서, 좀처럼 빠른 걸음으로 걷는 알파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계속 알파의 뒷모습을 볼 정도의 거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보며 안전을 확보한 후, 알파의 뒤를 쫓고, 조금 나아가서는 다시 주위를 확인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핫햐의 긴장이 자연스레 느슨해졌다. 그렇게 해이해져 감에 따라 경계도 소홀해져 갔다. 또한, 알파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 매혹적인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대신, 주위 경계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일련의 반복 과정 속에서 하햐의 표정은 서서히 풀어져 갔고, 표정이 풀리는 것과 비례해서 경계가 소홀해지고 있었다. 알파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 매혹스러운 모습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증가했으며, 대신에 주위의 경계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나는 순백의 드레스. 그리고, 그 드레스 사이로 대담하게 보이는 등과 부드러워 보이는 피부. 바닥에 닿을 듯 말듯 길게 뻗어있는 윤기 나는 머리카락. 통로를 돌 때 보이는 매혹적인 가슴과 단아해 보이는 옆모습. 알파의 유례없는 아름다운 미모와 요염한 의상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핫햐의 마음을 단시간에 강하게 침식해갔다.

 

 그 얼굴을, 그 피부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핫햐는 그 생각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경계를 소홀히 한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미 핫햐의 두 눈은 유혹하는 듯한 알파의 등과 엉덩이를 쫓기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었다. 그 얼굴이 추잡하게 일그러질 무렵, 주위 경계 따위는 완전히 잊었다.

 

 핫햐가 겨우 알파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통로 옆에 멈춰 서 있던 알파를 향해 붙임성 있게 미소를 지었다. 알파의 입 모양은 핫햐에게 말을 건네려는 듯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핫햐는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약간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알파를 쳐다봤지만, 알파는 변함없이 미소를 띤 채 계속 입을 움직였다.

 

 갑자기 알파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이 고개를 돌렸다. 핫햐도 그 모습을 보고 그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유리가 없는 평범한 창문이 보일 뿐이었다. 핫햐가 점점 더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이려는 순간,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총성은 연거푸 세 번, 핫햐의 등 뒤에서 들렸다. 1발째는 핫햐의 옆을 그냥 지나쳤다. 2발째는 발밑에 바닥에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 1발이 오른쪽 귀를 스쳤고, 살점이 찢겨 나갔다.

 

 쏜 것은 아키라였다. 핫햐의 등 뒤에서, 핫햐가 알파에게 속아서 시선을 돌린 직후, 반대편 통로의 그림자에서 총을 쏜 것이다.

 

 핫햐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몇 초간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귀에 작은 상처를 입자 정신을 차렸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면서 반격했다. 난사로 인해 총성은 계속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고, 무수히 많은 총알이 바닥, 벽, 천장에 박혔다. 하지만 이미 아키라는 핫햐가 방심한 사이에 이탈했었고, 그 반격은 쓸데없이 총알을 소비한 것으로 끝났다.

 

 통신기에서 카히모의 목소리가 울렸다.

 

「핫햐! 무슨 일이냐!?」

 

 핫햐가 거친 호흡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꼬, 꼬맹이다! 방금 그 꼬맹이가 습격했어! 빌어먹을! 죽을뻔했다고!」

 

「죽을뻔했다고? 경계하던 도중에 기습을 당한 거냐? 자세히 설명해! 경계를 늦추지는 말고!」

 

 핫햐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사정을 설명하자, 반대로 카히모가 초조해하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여자 엉덩이를 뒤쫓다가 죽을뻔했다고? 이 바보가!」

 

「아, 아니, 정말 그 정도로 미인이었다고!」

 

「흥, 문자 그대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괴담이 생기는 것도 이해는 가는군」

 

 초조해하는 핫햐의 변명으로 카히모의 기분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시시한 대화를 계속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여자는 아직 거기 있냐?」

 

「응, 그냥 평범하게 서 있어. 그리고 뭔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아」

 

네 녀석 눈의 네트워크 기능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영상만으로, 음성 데이터는 전달되지 않는 거겠지. 만약을 위해서 만질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라. 실제로 존재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뿐일지도 모르니까. 광학 미채 기능을 가진 자동인형이 계속 자율 행동을 하는 중이라서, 보통은 보이지 않는 상태지만, 너는 네트워크를 통해 그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어때?」

 

 핫햐가 알파의 가슴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 풍만한 가슴에서는 아무런 감촉도 얻을 수 없고, 손이 가슴 표면을 뚫고 영상 속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그 결과를 전했다.

 

「건드릴 수 없다. 역시 영상뿐이었어.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이렇게 훌륭한 가슴이 있는데 막상 만질 수 없다니, 어떻게 보면 고문이군. ……잠깐만? 이렇게 좋은 여자는. 이 영상만으로도 돈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한테는 보이니까, 그다음엔 영상을 우회해서 출력을……」

「그런 말은 나중에 해라! 네놈은 좀 적당히를 모르냐?

 

 카히모의 성난 기세에 핫햐가 입을 다물었다.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 녀석에게 오른손을 들라고 지시해봐라」

 

 핫햐는 시킨 대로 알파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알파는 입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오른손을 들었다.

 

「어? 시키는 대로 오른손을 들었는데?」

 

「다음에는. 나와 내 근처에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 나에게 가까운 사람을 가리켜라. 그렇게 지시해라」

 

「그게 뭔 소리야?」

 

「됐으니까 시키는 대로 하기나 해!」

 

「아, 알았다」

 

 핫햐가 다시 들은 대로 지시를 내리자, 이번에는 알파가 대각선 아래 바닥을 가리켰다.

 

「핫햐. 어떻게 됐지? 내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어?」

 

「잠시만 기다려 봐. ……오토맵에서 너의 위치가 여기고, 내 위치가 여기니까……, 오! 제대로 가리켰어! 굉장하구만!」

 

 핫햐는 살짝 놀라서 단순히 감탄할 뿐이었다. 하지만 카히모가 고함을 질렀다.

 

「이 쓰레기가!」

 

「ㅇ, 왜 그래?」

 

함정이었잖냐! 그 꼬맹이는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었다고! 아마 그 여자에게 근처에 있는 자신 이외의 사람을 가리키라고 지시해서 우리의 존재를 알아냈겠지! 그 여자도 미끼였던 거다! 빌딩 안을 적당히 방황하게 하고, 너에게 발견되면 지정한 장소까지 이동하라고 지시를 내린 게 틀림없어! 꼬맹이가 적을 기습하기 쉬운 위치까지, 그 여자를 이용해서 너를 유혹한 거라고!」

 

 핫햐도 성난 기세로 소리쳤다.

 

「ㅈ, 저 꼬맹이가! 깔보고 있다니! 죽여버리겠어!」

 

「그 여자, 아마 유적 안내원이라든가 뭔가 그런 걸 거야. 네 지시도 듣는다는 건, 아마 누구의 지시도 듣는다는 뜻이다. 그 녀석에게 꼬맹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게 시켜서 꼬맹이를 죽여라. 엄호해줄까?」

 

「괜찮아! 기습을 당하지 않는다면 저런 애들쯤은 나 혼자서 쏴 죽일 수도 있어! 무기도 권총 정도였고 솜씨도 풋내기였으니까!」

 

「조심해라. 그 꼬맹이가 진짜 제대로 된 총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너는 조금 전의 기습으로 죽었을걸?」

 

「알았다고. 그쪽은 꼬맹이를 놓치지 않도록 그대로 거기서 감시해줘」

 

 핫햐가 알파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꼬맹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

 

 핫햐가 다시 걷기 시작한 알파의 뒤를 따라갔다. 이번에는 그 요염한 뒷모습을 봐도, 성적 매력을 느끼기보다 분노가 먼저 들끓어서, 시선을 빼앗기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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