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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녀 앞에서 계속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키라가 평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대로 조금 시간이 흘렀다. 아키라의 이해를 넘어서는 상황은 아직도 계속 일어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해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자 아키라는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혼란이 가라앉자, 눈의 초점이 허공에서 눈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아키라를 향해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제대로 내가 보여? 내 목소리도 들리고 있어? 여기는 어디야? 당신은 누구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함과 평정을 되찾은 아키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보이고, 들려, 여기는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이고, 나는 아키라다」
그녀는 정말 기쁜 듯이 웃었다.
『다행이다. 나는 알파. 잘 부탁해.』
우선 나를 해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적의가 없다면 과하게 경계를 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유적 안에 있다. 과하게 경계를 할 바에야 오히려 몬스터 등 직접적인 적을 경계하는 것이 낫다. 아키라는 그렇게 판단하고 알파에 대한 경계심을 낮췄다.
「……그래서, 알파는 유령이……아니지? 만질 수는 없지만」
『맞아, 사실 증명하라고 해도 곤란해. 아마 이해하지도 할 거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설명해보자면, 네가 보고 있는 나는 증강현실의 일종이야. 네 뇌가 시각과 청각 정보를 처리하기에 앞서, 외부로부터 존재하는 추가적인 정보를 더한 후 처리를 했기 때문에, 내가 거기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아마도 너의 뇌에는 특이한 형식의 정보에 대응이 가능한 무선 송수신 기능이 있어서 내가 발신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걸지도 몰라. 그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어떠한 변이 때문에 생성된 것인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나도 네가 성대를 진동시켜 만드는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니라, 뇌의 성대에 대한 지시 정보가 그 유기 무선 기능으로 송신돼서, 그것을 해석하고 있어. 물론 시각 정보도 송신되고 있고. 덧붙여 네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도 거기서 판단하는 중이야』
아키라는 알파의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지은 표정이 알파에게 전달되자, 알파가 요점을 간추려서 설명했다.
『내 모습은 너밖에 안 보여. 내 목소리도 너만 들을 수 있고. 그러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너는 허공에 대고 말을 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거야. 일단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그리고 나는 알파라고 불러도 좋아. 나도 아키라라고 부를게』
알파는 설명하는 내내 아키라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는 슬럼가에 사는 꾀죄죄한 어린이에 대한 모멸도, 경계도, 연민도,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이 알파에 대한 평가를 좋은 방향으로 고치고 있던 것을, 아키라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알았어. 그래서, 알파는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었어?」
『나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어.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애초에 나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부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가장 이상적인 건 그 사람이 헌터였으면 해. 내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가장 크니까. 뭐, 그렇게까지 형편 좋게 일이 풀릴 리는 없지만 말이야』
알파는 조금 유감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키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음, 나도 일단은 헌터인데……」
알파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어? 아키라는 헌터였어? 그 나이에? 헌터 경력은 어느 정도야?』
「ㅇ, 일」
『1년?』
「……1일. 오늘, 헌터가 됐어……」
아키라와 알파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침묵이 흘렀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잊어줘」
아키라는 이미 헌터로 살아갈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헌터임을 숨기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헌터로서 실력도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헌터라고 자칭하는 것은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하지만 알파는 의욕적으로 변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야기라도 들어줘. 이것도 무슨 인연일지도 모르고, 모처럼 만났잖아』
아키라에게는 제대로 된 헌터를 자처할만한 실력은 없다. 그건 알파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달리 알파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욱이 현시점에서 아키라의 실력이 미숙한 것은 지극히 당연했고, 알파가 판단하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의뢰 내용은 내가 지정한 유적을 극비리에 공략할 것. 그에 대한 보수로 내가 아키라를 이것저것 많이 도와줄게. 물론 선지급으로. 게다가 유적의 공략을 끝마친 후에는 성공 보수로 귀중한 구세계의 유물을 줄게』
예상치 못한 내용에 아키라가 무심코 큰 소리를 냈다.
「구세계의 유물이라니, ……정말이야!?」
알파는 아키라의 반응에 내심 속으로는 싱긋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야. 솔직히 이렇게 구미가 당기는 의뢰를 받게 되다니, 아키라는 남은 인생에 행운을 지금 다 써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 의뢰를 받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해. 이제 행운이란 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 내 도움으로 보완해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아마도』
아키라의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부분이 알파의 발언을 의심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키라가 보기에는 알파가 자신을 속이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 같은 꼬맹이를 속여서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돈이 될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보면 알겠지. 아니면 그냥 나를 놀리는 것뿐인가? 게다가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의 의뢰를 받아도 되는 건가?)
그렇게 한 차례 의심하던 아키라는 당연한 것을 깨닫고 생각을 달리했다. 보통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나 따위는 상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어떤 내막이나 사정이 있어서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인, 자신에게 의뢰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기회는 살려야 한다. 아키라는 각오를 다졌다.
「좋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뢰 받아들이도록 할게」
아키라는 자기 자신도 놀랄 만큼 강한 각오를 담아, 헌터로서의 첫 의뢰를 승낙했다.
알파가 정말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약 성립이네. 그럼 바로 선급분의 지원을 바로 시작하도록 할게』
이야기를 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고 있던 알파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10초 안에 오른쪽 빌딩 안으로 뛰어들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키라는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한 채 그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알파의 진지한 모습에서, 진실과 불길함을 감지하고 말을 멈췄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죽는다. 그걸 이해한 순간, 전력으로 오른쪽 빌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키라가 빌딩 안으로 뛰어든 순간 등 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폭연이 섞인 폭풍이 몸 옆을 스쳐 지나간다. 놀라서 폭발음이 들린 방향을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있던 장소가 포탄 등에 의한 공격으로 반파되어 있었다. 단단했던 땅에는 균열이 일어나 있었으며, 그 주위는 불타고 있었다. 몇 초라도 더 저 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면 확실히 죽었다. 그것을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한 광경이었다.
아키라는 갑작스러운 사건에 공포보다도 어안이 벙벙했으나, 알파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 지금 그건……」
알파는 조금 전과 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계단을 가리키고 있었다.
『8초 안에 계단을 뛰어 올라가』
아키라가 필사적으로 계단을 향해서 급히 뛰어갔다. 다시 한번 등 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폭풍이 계단을 통해 아키라를 앞질러 간다. 계단을 필사적으로 뛰어오르다가, 앞서 가던 알파가 층계참에서 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5초 안에 위층으로……』
아키라는 비명을 지르는 폐와 두 다리의 항의를 무시하고 있는 힘껏 계단을 계속 뛰어 올라갔다.
아키라는 알파의 지시대로 계속 달렸고, 숨을 헐떡거리며 겨우 빌딩의 옥상에 다다랐다. 그리고 옥상 끝에서 손짓하는 알파의 모습을 보곤 숨 돌릴 틈 없이 그곳을 향해서 갔다. 다만, 알파의 미소에도, 손짓이나 동작에도 긴급함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갔다.
알파는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빌딩에서 뛰어내리란 말인가. 아키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알파가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
『천천히 아래를 봐. 조금씩, 소리 내지 말고』
아키라가 지시대로 옥상에서 살짝 몸을 내밀어 아래를 봤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조금 전 아키라를 습격한 몬스터들이 무언가를 찾는 듯 지상을 방황하고 있었다.
괴물들의 외모는 개를 닮았고, 몸 길이는 2m 정도였다. 그뿐이라면 그저 강인한 육체를 가진 대형견 정도였지만, 그 개의 등에는 소형 기관총이 자라나 있었다. 심지어는 여러 개의 로켓탄 같은 것이 자라나 있는 개체나, 소형 미사일 포트를 짊어지고 있는 개체 들도 보였다. 각종 화기가 몸에 자라나 있는 개의 무리가 외부의 적을 찾아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 몬스터들을 죽이고 장비를 가져가면 나름대로 돈이 된다. 하지만 아키라에게는 그럴 실력도 수단도 없었다. 그걸 보고 돈이 될 것 같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신출내기 반열에도 미치지 못하는 헌터는 조금 전, 자신을 죽일 뻔했던 몬스터를 보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저건……」
알파가 유창하게 몬스터에 대해 설명했다.
『저건 웨폰도그야. 원래는 도시 지역의 경비를 위해 만들어진 인조생물이지. 몸에 총화기가 달렸지만 기계는 아니고 엄밀히 따지자면 생물 쪽이야. 아마 도시 경비를 위해 만들어진 개체들로, 이 주변의 경비를 맡고 있었던 것 같아.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라면서 등에 있는 화기가 강력해져. 저기 미사일 포드가 달린 개체가 무리의 리더고』
듣는다고 손해를 보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아키라는 따로 몬스터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한 것에 대한 자신의 불행을 한탄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듣다 보니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생물에게 총화기가 달린 거야. 이상하잖아」
아키라의 소박한 의문에, 알파가 약간의 토막 지식을 가르쳐주는 감각으로 대답했다.
『생체 부분이 보유한 나노머신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기능을 겸하고 있고, 금속 등 원재료를 먹음으로써, 재료에 걸맞은 화기를 등에 생성했기 때문이지. 아마도 애초에 설계한 방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존재로 변이한 것으로 보여. 게다가, 현재 상태에 맞게 독자적으로 설계 구조를 변경한 것 같아』
전문가들이 들으면 경악할만한 귀중한 지식을 듣고 있었지만, 아키라는 그 가치도, 내용도 알지 못했다.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생물에게서 총기가 자라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도 일단 설명 가능한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뿐이었다.
알파는 습격을 당했을 때처럼 진지한 표정이 아니라, 여유 넘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키라는 그런 알파의 모습을 보고, 아마도 지금은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긴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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