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키라가 굳어버렸다. 그 시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대형 몬스터의 모습이 있었다. 무리가 아니라 한 마리뿐이었지만, 그 거구의 박력은 아키라를 습격한 웨폰도그 무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몬스터는 조금 전에 봤던 웨폰도그와 비슷한 외모였고, 등에는 거대한 대포가 자라나 있었다. 하지만 개의 모습을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던 웨폰도그들과는 달리, 제각기 다른 비대칭적인 8개의 다리와 같이, 전체적으로 왜곡된 모습은, 기능미를 중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를 닮은 삐뚤어진 머리에는 오른쪽에 세로로 2개, 왼쪽에 1개의 눈이 달려 있다. 눈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고, 머리가 삐뚤어져 있는 것을 보면, 제대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생겼다.

 

 하지만 그것의 눈은, 아키라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큰소리로 포효를 내질렀다. 등에 자라있는 대포가 불을 뿜었다. 발사된 포탄이 아키라에게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떨어져 폭발했다. 착탄 지점의 잔해가 날아왔다.

 

 잔햇더미가 폭발의 위력을 사방으로 분산시켜 줄여준 덕분에 아키라는 약한 폭풍을 맞았을 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몬스터가 등에 자란 대포로 다시 한 번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포탄은 발사되지 않았다. 총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자 몬스터는 다시 포효하고 방향을 틀어 들쑥날쑥한 다리로 아키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키라는 뒤돌아보고 나서부터 계속 멍하니 서 있었다. 몬스터가 달리기 시작한 후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달려!』

 

 알파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은 아키라의 귀에 강하게 울려 퍼졌다. 그 질타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아키라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만약,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면, 몬스터와의 거리를 좀 더 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알파가 경고했던 대로, 아키라는 알파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자신이 죽을 확률을 높여버렸다.

 

 온몸이 고통을 호소해도 아키라는 전부 무시하고 달렸다. 후방에서 들리는 몬스터의 발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상하게 뒤틀린 다리 때문에 몬스터가 달리는 속도는 비교적 느렸다. 그 덕분에 아키라도 아직 따라잡히지 않고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을 떠받치고 있는 다리로 땅을 밟을 때마다, 땅이 뒤흔들리고 굉음이 울렸다. 그것은 거대한 몸집의 무게를,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다리의 힘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아키라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 소리가 울릴 때마다, 진동이 전해질 때마다, 아키라의 정신력이 깎여나갔다. 저 다리에 짓밟히면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게 확실했다.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아키라의 옆에 알파가 나타났다. 알파는 살짝 공중에 떠서 미끄러지듯이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지하면서도,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멋대로 돌아보지 말라고 했잖아. 다음에는 제대로 내 지시를 따라줘. 돌아서서 총격할 타이밍을 알려줄 테니까, 최대한 맞추도록 해』

 

「총을 쏜다고!? 저런 놈한테 이런 권총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몇 번이고 말하지만,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으니까』

 

「부탁할게!」

 

 아키라가 호흡을 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소비해가면서 소리치듯이 대답하자, 알파가 조금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섣부르게 노릴 생각은 하지 마. 총을 정면에 겨누고 최대한 빠르게 전탄발사를 하도록 해. 알았지?』

 

「알았어!」

 

 알파가 손가락을 접으면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필사적인 표정을 지은 아키라가 각오를 다졌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이제 할 수밖에 없다.

 

『……2, 1, 0!』

 

 아키라는 재빨리 뒤돌아서서 목표를 겨냥하지도 않고, 바로 총을 정면에 겨눈 후, 방아쇠를 당겼다.

 

 마침 총구의 끝 부분에는 몬스터의 거대한 눈이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진 총알이 눈을 뚫고 몬스터의 머릿속에 박힌다.

 

 아키라가 반 광란에 가까운 상태로 계속 총을 쐈다. 총알들이 몬스터의 머릿속에 차례차례 박혀간다. 몬스터의 머릿속은 이미 막대한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상처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즉사 당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빈사상태임은 틀림없었고, 죽기 전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 절규가 유적에 큰 소리로 울려 퍼졌다.

 

 목숨이 끊어진 몬스터의 거대한 몸집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런데도 아키라는 총알을 전부 쓰기 위해 몬스터를 향해 방아쇠를 계속 당기고 있었다. 몬스터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멈췄다.

 

「……쓰, 쓰러트린……건가?」

 

 아키라는 거친 호흡을 계속하면서도, 정말 쓰러뜨렸는지에 대한 확증이 없어서, 계속 몬스터를 쳐다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숨을 고르기 시작했고,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 거대한 몸집이, 흘러나오는 피에 잠기는 것을 보고, 그제야 쓰러뜨린 것을 실감했다.

 

『아키라』

 

 그대로 주저앉으려 했던 아키라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금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감사 인사와 사과의 말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유적 밖을 가리키고 있는 알파를 보고, 다시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10초 안에……』

 

 아키라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알파는 그런 아키라를 그 자리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당돌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홀연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시체만 남겨졌다.

 

 쫓아오는 몬스터들로부터 죽기 살기로 도망치던 아키라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때 아키라의 등 뒤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아키라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알파의 모습이 보였고, 아키라의 바로 뒤에 있던 알파를 물어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알파는 자신의 모습을 미끼로 삼아, 몬스터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절묘하게 위치를 조정해서 몬스터가 자신을 물게끔 했다.

 

 몬스터는 분명 물었음에도, 그 감촉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움을 느껴서, 움직임이 멈췄다.

 

 알파는 이 틈을 타서 아키라에게 몬스터를 총으로 쏠 것을 지시했다. 뒤를 돌아본 아키라가, 몬스터의 눈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도록,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는 몬스터의 위치, 상태, 자세를 조금도 틀리지 않도록 정확하게 조종해서 손쉽게 격파시켰다.

 

 웨폰도그 무리는 아키라가 알파의 의뢰를 받자마자 나타났다. 유적 밖을 향해서 필사적으로 달리는 아키라는 그 관련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키라는 간신히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지 밖에 다다랐다. 그곳도 나름 위험한 곳이긴 했지만, 그래도 유적지보다는 안전했다.

 

 알파는 이미 먼저 도착해있었고, 모습을 드러내어 아키라를 맞이했다.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아키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쉬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를 계속해도 될까? 아키라는 내가 지정한 유적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와 실력을 갖춰야 해. 그리고 그 방법에 관해서 얘기하던 중이었지?』

 

「응. 계속해 줘」

 

『장비는 돈을 벌어서 사거나, 유적에 들어가서 구하게 될 거야. 유적에서 찾을 수 있는 구세계 장비들은 기업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장비보다 훨씬 고성능인 것들이 많아. 일단 돈으로 살 수 있는 장비들을 마련하고, 그다음에 구세계제 장비들을 찾으러 유적으로 가자. 실력은, 훈련과 실전에서밖에 익힐 수 없어. 하지만 안심하도록 해. 내 서포트로 최고 품질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게』

 

 아키라는 훈련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는 알파의 모습을 보고, 엄청난 효과가 있는 훈련을 시켜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그렇게까지 해줘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이것도 먼저 지급하기로 한 보수니까. 게다가 아키라가 내 의뢰를 완수하기 위해서야, 내 사정이라고 볼 수도 있어. 너무 많은 보수를 미리 받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그만큼 고된 훈련을 감내하는 것으로 보답해줘』

 

「아, 알았어. 최대한 노력해볼게」

 

 아키라는 알파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가혹한 훈련을 떠올려 주춤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도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목표는 고성능 장비를 구하기 위해 돈을 버는 헌터가 되는 거야. 아키라는 헌터 오피스 에서 헌터 등록만 한 자칭 헌터니까 빨리 졸업해야지. ……일단 하나만 물어볼게, 헌터 등록은 이미 다 끝냈지?』

 

 아키라가 품에서 헌터증을 꺼냈다. 척 보기에도 싸구려 종잇조각에 동부통치기업연맹 인증 제3특수노동원의 문언, 헌터로서의 인증번호, 등록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알파는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인증을 보고, 일단 확인 삼아 물었다.

 

『……헌터증이 이렇게 싸구려 물건이었어? 오해 하지 마. 딱히 아키라를 의심하는 건 아니니까. 헌터증으로 쓸 수만 있다면야 문제없어. ……괜찮겠지?』

 

「……괜찮다고 생각해. 아마도」

 

 아키라가 헌터 오피스에서 등록을 마쳤을 때, 직원들에게서 헌터증으로 이 종잇조각을 건네받은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종잇조각으로부터 풍기는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싸구려 같은 느낌을 지적받고, 자신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점점 불안해질 뿐이었다.

 

『어디서 헌터 등록을 끝냈다던가 이것저것 물어봐도 괜찮아?』

 

「그래」

 

 아키라는 그때 상황을 알파에게 이야기해주다가, 불쾌했던 일도 함께 떠올라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댓글
공지사항
글 보관함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