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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피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아키라의 앞에서, 알파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어때? 내 서포트 덕분이지?』
「어, 응.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몬스터의 습격으로 인한 흥분과 동요한 흔적. 죽을 힘을 다해 달려서 흐트러진 호흡.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강한 경계심.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 어쨌든 진정하려는 의지. 아키라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파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아키라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표정을 관찰하면서 속내를 떠보고 있었다.
『천만에, 내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충분히 만끽했다면, 앞으로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응」
알파가 정말 중요한 것을 전하려는 듯 아키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는 내가 지정한 유적을 공략해줬으면 해. 여기가 아니라 다른 유적인데, 상당히 고난도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아키라의 실력으로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 내 서포트가 아무리 굉장하다고 해도, 확실히 도중에 죽고 말 거야. 살아서 돌아가는 것은커녕 도착하는 것조차도 무리니까. 아키라는 그 전 단계인, 유적 공략을 위한 장비와 실력을 손에 넣도록 해. 그걸 눈앞의 목표로 하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기미를 느낀 아키라가 조금 말하기 어려워하다가 말을 잘랐다.
「저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어떤 거? 잘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봐』
「그게 아니라, 그, 그것도 중요한 이야기라는 건 알겠는데, 추후 예정이라든가, 앞으로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제쳐놓고, 우선 여기서 살아 돌아가기 위한 이야기부터 먼저 하면 안 될까?」
알파는 말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없이 아키라를 지그시 바라봤다. 아키라는 잠깐 주춤하더니 표정이 굳었다.
(……큰일 났다. 화난 건가? 말참견하지 말았어야 했나?)
지금도 웨폰도그들은 빌딩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옥상에 숨기만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궁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지금부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불안함과 조바심에 말참견했는데, 애초에 알파의 심기를 건드리면 이 난관을 극복할 수단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음을 아키라는 새삼 깨달았다.
아키라의 얼굴에 초조감과 불안감이 드러났다. 알파는 그것을 확인하자,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알았어. 나도 차분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니까, 우선 여기를 탈출해서 쿠가마야마 도시로 돌아가자. 아까 하던 이야기는 유적을 나온 다음에 하고. 이러면 괜찮지?』
「응, 부탁할게」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확률도 늘었고, 핵심이 되는 인물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아키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을 깨뜨리려는 듯이, 알파는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그럼 지금 아래로 돌아가』
아키라는 놀라서 헛웃음을 터뜨렸고, 사레가 들린 것처럼 기침했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든 벗어난 후, 알파를 향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서 있었다.
알파는 그런 아키라의 모습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지시대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아키라를 이끌듯, 앞장서서 조금 걸어간 후 손짓했다.
『왜 그래? 빨리 가』
아키라가 당황해하며 항의했다.
「아니, 방금 거기서 도망쳐왔잖아!? 왜 거기로 돌아가라는 거야!? 밑에는 아직도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지시한 이유를 친절하고 상냥하게 설명해줘도 괜찮지만, 그건 천천히 이동하면서 하도록 하자. 아키라가 내 서포트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야.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게』
알파는 그렇게 말을 한 후, 아키라를 놔두고 빌딩 안에 이어져 있는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죽을지도 모르는 장소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공포가 아키라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알파의 모습이 빌딩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자, 이를 악물고 그 뒤를 쫓았다.
자력으로 도시까지 살아 돌아갈 자신은 없다. 그리고 적어도 조금 전에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것은 알파 덕분이다. 그러니 아무리 무모해 보이더라도 그 지시에 따르는 것이 살아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렇게 믿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따라 밑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빌딩 안, 출입구의 바로 옆에서, 알파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키라는 묘한 패배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계단을 내려가는 알파의 뒤를 따랐다.
한번 필사적으로 뛰어오른 계단을, 이번에는 꽤 천천히 내려간다. 도중에 몇 번이나 멈추라는 지시를 받고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라는 지시를 받아 내려간다.
「그래서, 왜 다시 내려가는 거야? 위험하지 않아?」
『엄청나게 위험해』
알파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순간 아키라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황급히 되물었다.
「잠깐만! 위험하다고?」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곳이잖아? 안전할 리가 없지. 그런 것도 모르고 유적에 온 거야? 아니면 혹시 아까 습격당한 건 운이 정말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했어?』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라. 제대로 설명해줘. 이동하면서 친절하고 상냥하게 설명해주겠다고 했었잖아?」
『아키라가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에서 쿠가마야마 도시까지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 건물에서 탈출해야 해. 아키라에게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을 실력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갈 필요가……』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하려는 알파를 보고, 아키라는 불만과 불신을 품은 얼굴을 한 채, 조금 강한 어조로 말을 끊었다.
「알았으니까. 이것만 알려줘. 알파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어?」
알파가 정색하고 대답했다.
『아키라가 자력으로 버티는 것보다는 높은 확률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어. 전에도 말했지만,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게. 내 지시를 믿을 수 없다면 나도 아키라를 서포트 해주지 않을 거야. 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
알파는 아키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키라의 답변에 따라 알파와의 관계가 결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자기 혐오감을 느낀 아키라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파의 지시를 따를 테니 도와줘」
알파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다시 한번 잘 부탁해』
위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심 안도했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남아있어서 아키라는 머뭇머뭇하다가 물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지시한 이유를 가능한 한 알기 쉽고, 간결하게 요점만이라도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아」
『웨폰도그의 행동 패턴은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을 발견하면 끝까지 추적하거나, 특정한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거나, 적을 놓친 곳의 주위를 계속 조사하거나, 곧바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거나 하는 특징을 보였어. 내가 그 개체들의 차이를 확인해본 결과, 그 시점에서 아키라가 아래로 내려가면 돌아가는 길에 만날 몬스터의 수가 급격히 감소할 거라고 판단했어. 그리고 웨폰도그의 체내에서는 화기 탄약을 만드는 장기가 있어. 하지만 몸에 보유할 수 있는 탄약량에는 한계가 있고, 보유한 탄약을 다 쓰면 새로운 탄약을 만들고 화기에 재장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그 사이라면 웨폰도그에게 또 발견되더라도 달려가다가 뒤에서 쏜 것을 맞고 죽을 가능성은 훨씬 낮아지지. 물려서 죽을 수도 있지만, 물려서 죽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라면 위력이 떨어지는 권총이라도 쓰러뜨릴 가능성이 커져. 이런 큰 요소들과 그 밖의 여러 작은 요소들을 비교하고 검토한 결과 아래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어. 꽤 간결하게 설명했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해줄까?』
「……아니, 충분해. ……그 설명을 옥상에서 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또 조금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보이는 아키라에게, 알파가 어린아이를 설득하듯이 미소를 지으며, 덧붙여 말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느긋하게 설명할 여유가 없을 때가 더 많아.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아키라는 분명 그 안에 죽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3초 후에 미간을 총격당하니까 지금 당장 바닥에 엎드리라는 지시를 듣고 나서, 이유를 듣는 도중에 맞아 죽겠지. 엎드린 후에 이유를 물어봐도 결과는 똑같아. 나는 아키라를 만질 수 없어서, 아키라를 힘으로 바닥에 엎드리게 할 수는 없어. 내 단적인 지시에 이유를 듣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역시 아키라는 죽을 거야. 덧붙여서 내가 지금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구?』
「……. 그래」
아키라는 알파의 말이 옳다고 인정했고, 자기 생각이 짧았다는 내용을 지적받자,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1층까지 내려간 아키라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공격의 흔적을 보고는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즉시 주위를 둘러보고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가볍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고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그 해이함과 안도감은, 알파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
『아키라.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지시를 잘 들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지시대로 움직여. 내가 지시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마다 죽을 확률이 높아질 거야. 알겠지?』
「아, 알겠어」
『지금부터 30초 안에, 전력으로 빌딩 밖으로 뛰어나가. 빌딩을 나가면 좌회전해서, 그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뒤돌아보지 말고 전력으로 길모퉁이에서 길을 따라 계속 달려. 그리고 내가 지시하면 바로 돌아서서, 정면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바로 전탄발사해. 알았지?』
「……아, 알았어」
느긋하게 그런 지시를 한 이유를 듣고 있다가는 시간이 지나버린다. 그 정도는 이미 아키라도 알고 있었다. 거듭 알파 앞에서 다짐한 아키라는 두려움과 긴장이 섞인 험악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가 아키라에게 길을 비켜주듯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키라를 보며 빌딩 출구를 가리켰다.
아키라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빌딩 밖을 내다본다. 그곳에는 웨폰도그가 공격한 흔적이 남아있다. 참혹한 광경이다. 필사적으로 도망쳐왔던 장소를 향해, 힘차게 달리기 위해서 자세를 취한다. 조금이라도 앞쪽으로 기운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키라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해와 납득과 행동은 전혀 별개였다. 이해하고 납득했지만, 정작 그것을 행동에 옮길 만한 각오가 부족했다.
알파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시간이 다 지나면 어떻게 될까. 아키라는 잠깐 그 결과를 상상한 후, 각오를 다지고 빌딩 밖으로 달려나갔다.
반파된 고층 빌딩의 골짜기를 전력으로 계속 달린다. 어쨌든 서둘러 계속 달린다. 금방 숨이 차오르고 달리는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계속 필사적으로 달린다. 심폐 기능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고, 포장된 단단한 땅을 계속 박차고 있는 두 다리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그 아픔도 참고 계속 달린다.
주변에 몬스터의 모습은 없다. 누군가가 교전을 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키라는 조금이지만 이대로 계속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가 의심했다.
주변의 정적이 유적지 안에는 자신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폐와 다리, 그리고 심장은 괴성을 지르며 계속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 아키라는 조금씩 고통을 호소하는 신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달렸다.
전방에는 아무것도 없다. 후방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젠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떠오르면서, 슬슬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계속 달리기를 하면서 쌓였던 통증과 피로가 아키라의 의식을 단숨에 장악했다.
이제 괜찮겠지. 아키라는 잠시 쉬려고 멈춰 서서 후방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섰다. 그토록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알파의 지시를 거역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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