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키라는 다루베가 나타나면 쏘려고 골목에 숨어있었다. 알파는 아키라의 약간 앞에서, 다루베를 가리키며 대략적인 위치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적이 골목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고개를 내미는 순간을 노려 총을 쏜다. 아키라는 그렇게 하려고 총을 두 손으로 꼭 쥐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상대방은 자신을 경계해서, 한 차례 멈춘 다음 신중하게 골목을 엿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루베는 욱한 마음에 신중함 따위는 내팽개쳐버리고, 힘차게 골목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루베에게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상대는 이미 골목 깊숙한 곳까지 도망쳤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아키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골목으로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아키라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두 사람의 예상이 빗나간 결과, 아키라와 다루베는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맞서게 되었다. 서로 놀란 채 상대에게 총을 겨누고,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고, 총성이 겹쳤다.
아키라와 다루베가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서로가 쏜 총알은 상대방의 몸에 명중했다. 모두 중상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 제대로 죽이지 못했다. 서둘러 끝내야 한다. 상대보다 빨리. 그런 생각과 함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고, 상대에게 총을 겨누려고 했다.
필사적으로 총을 겨누려던 다루베가 본 것은, 이미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아키라의 모습이었다.
아키라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된 총알이 다루베에게 명중했다. 즉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루베가 발버둥을 치려는 것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다루베는 총을 떨어트린 채 쓰러졌고,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만든 연못에 잠겨 짧은 생애를 마쳤다.
아키라는 다루베를 죽인 후, 총알을 맞은 부위를 쳐다봤다. 옷에는 구멍이 났고, 피가 흠뻑 배어있었다. 틀림없는 중상이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진 것만 느껴질 뿐, 통증은 완화되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알파가 험악한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아키라, 당장 부상을 치료해야 해』
「알파. 뭔가, 별로 안 아픈데……」
『그건 미리 먹은 회복약의 진통 작용이 효과가 있을 뿐이야. 다친 게 나은 것은 아니야』
「그렇구나. 아, 그래서 먼저 회복약을 사용하라고 했구나」
아키라는 회복약의 진통 작용 덕분에 중상을 입은 몸을 억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또, 회복약을 먹고 나서 바로 총에 맞았기 때문에, 총에 의한 부상 치료도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이 아키라의 움직임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작은 차이로 아키라는 살아남았다.
『일단 회복약부터 추가로 먹도록 해. 이번에도 10알 정도야. 그 후에는 회복약의 캡슐을 열고 내용물을 직접 상처를 입은 부위에 뿌려. 그것도 10알 정도. 마지막으로 총알을 맞은 부위에는 치료용 테이프를 붙여. 서둘러. 기절해서 치료가 늦어지면 그대로 죽을 거야』
아키라는 움직임이 꽤 둔해진 몸을 어떻게든 움직였고, 옆에 떨어져 있는 봉지에서 회복약을 꺼냈다. 그리고는 대략 10알 정도 되는 양의 캡슐을 재빠르게 삼켰다.
다음으로 떨리는 손으로 캡슐을 열고, 내용물을 상처에 뿌렸다. 그 순간, 총알을 맞았을 때와 다를 바 없는 격통이 아키라를 엄습했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견딘 후, 조금 불안한 시선으로 알파를 쳐다봤다.
「아, 알파,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직접 투여하면 진통 작용의 효과가 떨어져. 대신 상처를 입은 부위에 치료용 나노머신을 직접 투여하고 있으니까, 효과는 먹는 것보다 더 클 거야. 참아줘』
마지막으로 종이봉투에서 붕대 같은 치료용 테이프를 꺼내 상처 위에 붙였다.
『치료가 끝난 것 같네. 서둘러 이동하자. 이대로 여기 있으면 위험해』
「움직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아니, 억지로라도 움직여서 여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큰일 나겠지……」
아키라는 고통을 견디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어떻게든 걸었다. 입은 상처를 생각하면, 짧은 시간에 그렇게까지 치료한 회복약의 성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키라에게는, 그 신기한 성능에 놀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단지, 통증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골목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알파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키라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격려했다.
『힘내』
「그래」
아키라는 어제와는 다른 잠자리에 간신히 다다랐다. 중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평소보다 신중하게 잠을 잘 준비를 했다. 이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접근해오면 끝장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들키지 않도록 골목의 구석에 들어가서 몸을 감췄다. 그리고 잠을 잘 준비를 마치자, 쓰러지듯이 누웠다.
「……알파. 난 이제 한계야. 잘게. 잘 자」
알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했다.
『잘 자. 푹 쉬어』
누적된 피로로 인해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키라가 눈을 감자, 그 즉시, 어둠에 집어 삼켜져 의식을 잃었다.
(……제대로 눈을 뜰 수 있기를)
일단 그렇게 빌었지만 어디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기도했는지는, 기도한 당사자인 본인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아키라는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다. 이에 깜짝 놀라면서도, 제대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혼잣말을 했다.
「……죽지 않고 끝났구나. ……응?」
몸통에 위화감이 느껴져서 손을 가져다 대보니, 어제 총에 맞은 부위 근처에, 뭔가 딱딱한 물체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치료용 테이프 아래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떼어내자, 약간 변형된 총알이 나타났다. 총알은 몸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몸 밖으로 밀려나와 있었다.
「……어제 맞은 총알인가? 몸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네」
『그러게. 치료용 나노머신이 몸 밖으로 배출시키려다 치료용 테이프에 방해를 받은 것 같아. 빼내는 게 좋다고 봐』
아키라는 어느새 옆으로 온 알파를 보고 조금 놀랐지만, 어제만큼은 아니었다. 알파가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몸에 박힌 총알을 억지로 빼내고 치료용 테이프를 다시 붙였다. 통증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알파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키라. 안녕. 어제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잘 잤어?』
「응. 완전 푹 잤어. ……조금 늦잠을 잤을지도 모르겠네」
이미 해가 떠있다. 평소 아키라의 기상 시간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늦은 시각이었다. 아키라의 배가 공복감을 호소했다. 어제 저녁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아침도 못 먹게 된다.
「망했다! 아직 배급 안 끝났겠지!?」
아키라는 서둘러 배급소로 향했다. 아슬아슬하게 제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애초에 오늘 예정은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으로 향하는 것이었으나, 알파의 지시로 중지되었다. 아키라의 몸 상태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하루 동안 휴식하는 방법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총에 맞았는데 하루밖에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 자체가 원래는 여러모로 이상했다. 아키라도 이러한 점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총에 의한 통증은 이미 사라졌고, 움직임도 조금 둔한 정도였다. 아키라는 골목길에서 쉬고 있다가, 뒤늦게나마 그것이 구세계제 회복약의 효과임을 깨닫고 감탄했다.
(회복약도 치료용 테이프도 구세계제. 구세계의 유물이란 건가. 당연히 비싸게 팔리겠지. 역시 좀 아깝지 않나? ……아니,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
구세계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 중에는, 현재의 기술로 재현할 수 없는 것도 많다. 그건 단지 회복약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유적에서 발견된 작은 나이프는, 가볍게 힘을 줘도 고기나 생선은 물론이거니와 강철이나 콘크리트조차 쉽게 잘라버리지만, 동시에 아무리 힘을 줘도 인간은 베지 못하는 등, 언뜻 보기에 모순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몇 번이나 강철을 잘라도 예리한 칼날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고, 물에 담가도 칼날은 녹슬지 않았으며, 여러 가지 금속을 녹이기 위해 진한 염산과 진한 질산을 혼합해서 만든 양수에 담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업의 연구소에서 나이프의 안전장치로 보이는 것을 해제하자, 칼날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이 타 있는 전차를 그대로 두 동강 내버렸다. 그 후 나이프는 산산이 부서졌다.
현재 문명의 과학기술은 대부분 구세계의 기술을 해석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유능한 연구자가 자신의 생애와 맞바꿔 얻은 뛰어난 지혜로, 원리를 정확하게 해명한 기술은 보잘것없이 적은 양이었고, 실제로 대부분은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구세계의 유물은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유물을 팔지 않고 직접 쓰는 것도 헌터의 묘미 중 하나였다.
아키라는 그런 구세계의 유물, 굉장히 고성능인 회복약 덕분에 죽지 않았다. 아키라가 가지고 있는 어설픈 지식으로도 팔면 꽤 큰돈이 될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유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존재가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노벨 프로젝트 > 리빌드 월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빌드 월드 6화 구세계의 유령 中 (0) | 2020.09.05 |
---|---|
리빌드 월드 6화 구세계의 유령 上 (0) | 2020.09.03 |
리빌드 월드 5화 대가의 가치 中 (2) | 2020.09.01 |
리빌드 월드 5화 대가의 가치 上 (0) | 2020.08.31 |
리빌드 월드 4화 목숨을 건 대가 下 (0) | 202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