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키라 일행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의 헌터가 아키라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카히모라는 남자는 쌍안경을 사용해서, 핫햐라는 남자는 머리의 일부가 기계화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기계로 대체 된 두 눈으로, 아마추어라면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거리에서 아키라를 관찰하고 있었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카히모 일행의 실력이,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의 외곽을 헤매는 풋내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히모가 쌍안경 너머에 있는 아키라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꼬맹이, 꽤 멀리까지도 가는군. 저런 빈손이나 다름없는 장비로 유적지 안쪽으로 가다니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핫햐가 카히모의 의심을 웃어넘겼다.

 

「아무 생각 없는 바보라서 그렇겠지. 여기 외곽 바깥쪽에는 이제 쓸만한 게 없어. 그게 이 근처 헌터들에게는 상식이잖아. 저 녀석은 바보라서 상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고, 그래서 유물을 찾은 거 아니겠어? 그냥 확 저놈을 덮쳐서 유물이 있는 장소를 실토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쉬웠겠는데」

 

 카히모가 약간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입을 열기도 전에 죽이면 곤란하다면서 나를 말린 건 네놈이었잖냐」

 

 핫햐가 긴장감 없는 모습으로 가볍게 웃으며 카히모를 달랬다.

 

「그런 말 마. 나도 저런 꼬맹이가 이렇게 유적의 안쪽까지 들어갈 줄은 몰랐어. 너도 외곽 바깥쪽 근처에 있는 폐빌딩 같은 곳에 갈 거라고 생각했잖아?」

 

「뭐 그렇지. 보통 슬럼가의 꼬맹이가 혼자서 이렇게까지 유적의 안쪽에서 살아 돌아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 이제 이 근처는 꽤 위험해. 조금만 더 들어가면 우리도 위태위태해

「그치?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카히모 일행은 단순히 재미삼아서 아키라를 관찰한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도 않은 슬럼가의 아이가 매입소에 값비싼 유물을 가져왔다. 그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의 바깥쪽에는, 더는 돈이 되는 유물이 남아있지 않다. 그것이 이 근처 헌터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잔햇더미에 파묻힌 장소의 안쪽과 같이, 아직 대량의 유물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이유로 창고로 이어지는 통로가 막혀있었으나, 몬스터의 공격으로 우연히 통로에 구멍이 생겨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찾기 어려운 장소에 있는 빌딩의 출입구를 누군가가 우연히 찾았다. 이러한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라도 스스로 찾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다.

 

 보통 그런 발견을 하게 되면, 이미 쇠퇴한 유적이라 할지라도, 다시 많은 헌터들이 모인다. 발견자가 한 번에 가져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면, 나머지는 당연히 선착순이다. 그래서 그런 종류의 정보에 그물을 치고 있는 사람은 그런대로 있었고, 카히모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슬럼가의 아이가 상당히 비싼 유물을 매입소에 가져갔고, 그 돈을 놓고 아이들끼리 살인사건도 일어났다. 그 정보를 얻은 카히모 일행은 내용을 자세히 조사했고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즉, 슬럼가 아이도 갈 수 있는 곳에 비싼 유물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를 쿠즈스하라거리 유적 외곽 바깥쪽이라고 단정 지었다. 슬럼가의 아이가 유일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는 유적은, 쿠가마야마 도시 주변에는 그곳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유적의 어딘가에서 우연히 유물을 발견했다면, 발견한 장소는 창고와 비슷할 것이고, 그 밖에도 유물이 대량으로 남아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또 같은 장소에 갈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카히모 일행은 그 유물을 가로채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유적에 매복해서 그럴듯한 아이를 찾다가, 아키라를 발견한 것이다.

 카히모는 아키라를 붙잡아서 유물이 있는 장소를 실토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싸우게 되면 무심코 죽여버릴 수 있으니까 곤란하다고, 핫햐가 말렸기 때문에, 유물이 있는 장소까지 아키라의 흔적을 따라가서 강제로 안내받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다시 이전의 방법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핫햐. 지금이라도 힘으로 입을 열게 하자고. 상대는 변변히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도 않은 애송이 하나야. 무심코 죽이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돼. 너도 빨리 처리해버리는 게 더 좋잖아?」

 

 핫햐가 대답을 하지 않자, 카히모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무슨 일이야?」

 

 그제야 핫햐가 서서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꼬맹이 한 명뿐이라니……뭔 소리야」

 

「한 명뿐이잖아? 다른 곳에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카히모가, 애용하는 쌍안경을 사용해서 다시 아키라의 근처를 살펴봤다.

 

 그 쌍안경은 고성능이어서, 꽤 먼 곳이라도 높은 해상도로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한밤중이라도 낮과 같이 볼 수 있도록 바로잡아주는 기능이나, 불가시광선을 식별해 간단한 광학 미채를 간파하는 기능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몬스터의 모습을 식별하고 강조 표시를 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성능인 쌍안경에는, 유적이 발신하고 있는 증강 현실의 정보를 얻고 추가해서 표시하는 네트워크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더러 존재했다. 하지만 이 쌍안경은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카히모는 과거에 기계 계열 몬스터에게 그런 기능을 역이용당한 적이 있었다. 멀쩡하게 잘 보여야 하는 적의 모습이 영상 처리로 인해 지워져 버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런 뼈아픈 경험 때문에 지금은 전부 로컬에서 처리하는 쌍안경을 애용하고 있었다.

 

「내 말이 맞아. 주위에 몬스터의 모습도 없어. 저 꼬맹이뿐이야」

 

 핫햐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ㅡ, 그러니까 말이야, 먼저 말해두겠는데, 나는 약 같은 건 하고 있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너를 놀릴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그러니까 뭐야.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데?」

 

「……저 꼬맹이 옆에 여자가 보인달까」

 

「여자?」

 

 카히모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없어. 역시 꼬맹이뿐이다. 여자의 모습 따윈 없다고」

 

「……그래. 너한테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 나한테는 보여. 굉장한 아름다운 여자가 아까부터 계속 꼬맹이한테 길 안내를 해주고 있어」

 

「그럼 그 여자의 모습을 말해봐. 자세히. 어떻게 생겼는데?」

 

「……비쌀 것 같은 흰 드레스를 입고 있어」

 

드레스? 여기를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유적지 안이라고?

 

「정말이라고! 거짓말이 아니야! 술에 취한 것도 아냐! 환각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유적에 갈 때는 술도 약도 하지 않는다고!」

 

 카히모는 핫햐의 태도로 보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자신들의 처지와 상황을 정리하고자 생각에 잠겼다가, 모순을 극복했다.

 

「핫햐. 너의 두 눈 파츠에는 네트워크 기능이 달려있지?」

 

「그래. 비싼 돈을 내서 개조했다고 자랑하던 놈의 파츠를 이식했지. 특히 네트워크 기능이 뛰어나다고 자랑했었는데, 유적에서 눈 깜짝할 새에 뒤져버린 그놈 거다. 꽤 고성능이라 편리하지만, 가끔 멋대로 정보를 수신해서, 내 시야에 여러 가지 확장 표시를 하는 게 단점이지」

 

「정규상품 이외에 파츠에 손을 댔기 때문이야. 어차피 그것도, 어디 유적에서 뒤져버린 놈에게서 떼어난 걸 그 녀석이 샀겠지. 그 녀석이 뒤져버린 이유도, 갑작스러운 기능장애 등으로 시야가 이상해진 탓이라고 봐」

 

「시끄러워. 개조비라던가 쌌단 말이다. 그럼 됐잖아. 나름 유물을 찾을 때 편리하다고. 다만, 제어장치가 그 녀석 머리랑 같이 날아가 버려서 기능 전환이 잘 안 되더라고. 제어장치를 추가하려면 돈이 들어서, 그건 뒷전으로 미루고 있지만.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본 거냐?」

 

 카히모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는 유적의 길잡이 기능일 수도 있겠는걸. 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너에게는 보인다는 것은 입체영상이 아닌 시야의 확장 표시에 추가되는 유형이다. 유적의 일부 기능이 작동하고 있어서 확장 정보를 발신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래서 네 부품이 이상한 정보를 취득한 건지도 모르겠군. 이른바 구세계의 유령이라는 거다」

 

「……저게? 진짜 같아 보이는데? 저 여자에게는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저 모습을 제외하면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없고. 시야에 확장 표시되는 것은 대부분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지. 그림자가 없거나, 길이가 이상하거나, 벽을 뚫고 있거나,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있어. 하지만 저것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단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이런 장소에 드레스를 입고 있다는 것뿐이야. ……아니, 저 모습도 엄청나긴 하지만 말이야」

 

 카히모가 진지한 태도가 아니었다면, 핫햐는 그 말을 농담으로 여기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그만큼 알파의 모습은 현실감이 느껴졌다.

 

 카히모가 진지한 태도로 계속 말했다.

 

「저 여자가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의 길잡이 기능이라면, 구세계 기술로 만들어졌겠지. 그런 것들에서 부자연스러움이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져서 그럴 거야」

 

「……그렇군. 저게 구세계의 유령이란 놈인가. 처음 보는데. 대단하군」

 

 핫햐는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알파를 쳐다봤다.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가 있다는 섬뜩함은, 동료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고,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준 것 덕분에, 그대로 강한 흥미로 변했다.

 

 그 순간, 카히모가 뭔가를 떠올린 듯 계속 말을했다.

 

「……그러고 보니, 쿠즈스하라거리 유적에는 괴담이 있었지. 유혹하는 망령……이었나」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유물을 미끼로 삼아 헌터를 유적 안으로 유혹해서 죽이는 유령의 이야기잖아? 많은 헌터들을 꾀어냈고, 살아 돌아온 놈이 없다며. 죽은 헌터가 동료를 찾기 위해 살아있는 헌터를 유인하는 게 틀림없어.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심지어 개나 고양이와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유혹한다던데」

 

 카히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한 후, 이야기를 주도권을 잡기 위한 표정과 어조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헌터가 유물을 찾다가 유적에서 죽는 건 일상다반사야. 여기서 중요한 건 살아 돌아온 놈이 없는데, 그런 괴담이 퍼졌다는 거지

 

「……그러고 보니, 어째서지?」

 

「답은 못 따라간 녀석이 있다는 거야. 망령이 보인 놈만 따라갔다. 안 보인 놈은 못 따라갔다는 거지. 망령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놈과 안 보이는 놈이 있고, 놈들끼리 말이 엇갈려서 자세히 확인할 수 없으니 괴담이 된 거지」

 

 핫햐가 약간 겁을 먹었다. 자신들은 아키라를 쫓음으로써 바로 그 망령의 뒤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 여자를 따라가면 우리도 죽는 건가?」

 

 그러자, 카히모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저 꼬맹이가 어떻게 값비싼 유물을 발견했을까? 그건 너처럼 저 여자가 보이기 때문이야. 저 여자는 구세계 도시 관리 기능의 일부로, 지금도 어느 정도 기능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보이는 녀석에게 길 안내를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저 꼬맹이는 유물이 있을 만한 장소를 여자에게 물었겠지. 그리고 여자의 안내 덕분에 몬스터에게 발견되지 않고도 유물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거야. 어때? 이렇게 생각되지는 않아?」

 

「그렇군! ……아니, 하지만 저 여자의 길 안내로 죽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런 괴담이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

 

「저 여자가 안내해주는 길은 몬스터에게 들킬 가능성만 줄여줄 뿐이고, 들키기야 하겠지. 게다가, 저 여자의 길잡이 기능을 알게 된 헌터가, 다른 놈들한테 유물을 뺏기지 않으려고, 여자를 따라가면 죽는다는 소문을 퍼트렸을지도 몰라. 저 방법으로 계속해서 유물을 가지고 가면, 당연히 유적의 바깥쪽에서부터 유물이 사라질 거고, 점차 유적 안쪽을 안내하게 될 테니까. 그러다 안에서 재수 없게 강한 몬스터에게 들키면 결국 죽는다. 그러면 소문대로 따라가면 죽는다는 결과만 남고, 그것이 쌓여서 괴담이 된 거겠지」

 

핫햐는 카히모의 설명에 이해하고, 평소와 다르게 정말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건가! 그렇다면 따라가도 문제없겠군! 저 꼬맹이도 살아서 돌아갔고, 주의하면 죽을 리 없겠지」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정답이라면, 효율적으로 유물을 찾아낼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거다. 뭐 그렇지만, 실제로 죽은 사람은 있을법한 소문이니까. 위험하다고 생각해」

 

 카히모는 핫햐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핫햐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 유적에서의 안전과 값비싼 유물. 두 가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생길지도 모른다.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헌터는 없기 때문이었다.

 

「괜찮지 않겠어? 걱정도 많구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일단은,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카히모가 냉정한 눈으로 핫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수단을 독점하기 위해서 팀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었다. 살아남은 놈이, 동료가 죽은 이유를 망령의 탓으로 돌렸다. 당연히, 망령이 보이는 놈이 말이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 바보라면, 적당한 이유를 대서 나보다 먼저 앞서 걷게 하면 문제없을 것 같긴 한데……)

 

 카히모는 자기 생각을 핫햐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하면서, 계속 아키라를 감시했다.

댓글
공지사항
글 보관함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