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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키라가 알파에게 물었다.
「내 뒤를 밟고 있는 건 어떤 놈이야?」
『남자 2명이야. 착용한 장비로 판단해봤을 때 헌터고. 장비도 제대로 갖췄어』
「……착각이라든가, 그럴 가능성은 없는 거야? 딱히 내 뒤를 밟고 있는 건 아니고, 유적에서 아이를 봤기 때문에 조금 신경 쓰여서 보고 있을 뿐이라든가, 어쩌다가 우연히 이동 방향이 같았을 뿐이라든가……」
『없어.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서 잠깐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기도 했었는데, 틀림없이 아키라를 미행하고 있었어. 일부러 잠시 멈춰봐도,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어. 명확하게 아키라를 미행하고 있다고 봐』
아키라는 아까보다 더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아직 남아있는 희망적인 관측을 계속 말했다.
「……왜 나 같은 놈의 뒤를 밟는 거야? 도대체 왜 덮치려는 건데, 나한테 돈이 없다는 것쯤은 보면 알잖아?」
그 질문은, 그러니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는 희망을 나타낸 표현이었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알파는 아키라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아키라가 유물을 매입소에 가져간 걸 알아냈다고 생각해. 아키라를 미행하는 이유는 유물이 있을 만한 장소까지 안내하게 하고, 내친김에 죽인 다음 유물을 빼앗기 위해서겠지.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값비싼 유물을 가져오는 걸 매입소에서부터 감시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 아니면, 매입소의 사람에게 사냥감의 정보를 샀을 수도 있겠네. 왜 적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어. 적어도, 적이 아닐 수도 있는 이유보다는 더 많이. 아키라. 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죽는다구?』
아키라는 그제야 머릿속에 남아있던 낙관적인 생각들을 버렸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더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제기랄! 이번에는 헌터냐고!」
요전에 덮쳐온 상대는 권총 정도밖에 없는 슬럼가 아이였지만, 그래도 거의 죽을 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무장을 갖춘 헌터를 상대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느닷없이 치솟은 난이도에 아키라가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키라. 일단 저 빌딩 안으로 들어가. 가능한 한 최대한 자연스럽게. 저쪽을 보지 않도록 주의하고』
「……알았어」
아키라는 지시대로 주의하면서, 하지만 고개는 조금 숙인 채, 폐빌딩 안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알파가 안내해준 대로 빌딩의 어느 한 방에 도착하자, 벽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이 빌딩에 몬스터는 없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그래」
아키라의 대답이 어둡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전혀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과정에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무참히 살해되는 결과로 끝났다. 어느 것도 승산이 없었다.
『아키라』
조금 평소보다도 큰 목소리가 들리자, 아키라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곳에는 알파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아키라는 놀라서 뒤로 몸을 젖혔고, 그 반동으로 머리를 등 뒤에 있는 벽에 부딪혔다. 통증으로 작은 소리를 냈다. 그 놀라움과 아픔이, 최악의 생각만 반복하고 있던 머리를, 좋은 의미로 멍하게 만들었다.
놀람과 아픔이 가라앉자, 아키라도 정신을 차리고 평정을 되찾았다. 주저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만 해도 두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으나, 지금은 제대로 알파를 보고 있었다. 알파는 그것을 확인한 후, 상냥하고 힘차게 웃었다.
『정신 차려. 괜찮아. 내가 잘 서포트 해줄게. 절대로 아키라를 죽게 하지는 않을 거야』
아키라가 놀라면서도 희망을 품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하지만 알파가 뒤이어 말한 내용은 아키라의 예상과는 전혀 반대였다.
『도망치지 않아. 싸울 거야. 되갚아주자』
아키라의 얼굴에 나타나 있던 기대가, 순간 놀라움과 곤혹함으로 변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2:1인 데다가, 상대는 장비도 제대로 갖춘 헌터라고! 이전 상대였던, 권총 정도밖에 없는 슬럼가의 아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아키라의 불안을 잠재워주기 위해서, 알파는 여유가 느껴지는 듯한 미소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야. 아키라에게는 내가 있다구? 종합적인 전력이라면 내가 있는 만큼 오히려 이쪽이 더 압도적으로 위라고 볼 수 있지. 게다가 아키라는 권총만으로 그렇게 큰 웨폰도그도 쓰러트렸잖아? 아키라가 내 지시대로만 움직여준다면 전혀 문제없어. 괜찮아. 안심해도 좋아』
「……그, 그런가?」
아키라는 알파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그만 자기도 모르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절망적인 전력 차이에서 오는 불안을 없애기에는 부족했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하지만, 몬스터와 인간은 여러 가지 다른 점도 많고,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으면 도망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역시,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키라에게, 알파가 조금 엄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빌딩 밖에서는 장비의 사거리 차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거야. 황야라면 더더욱 그래.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이거야, 도망친다면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인데?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모래는? 운 좋게 도망치는 데 성공해서 도시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아키라를 습격하는 걸 그만둘 거라고 생각해? 그때도 지금처럼 도망치자고 할 셈이야? 과연, 도망칠 수는 있을까? 살해당하기 전까지 계속 도망치자고만 할거냐구?』
알파가 아키라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키라도 눈을 피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이윽고 아키라가 뭔가를 깨달은 듯 표정을 굳혔다. 거기에는 확실한 각오가 존재했다.
「……여기서 도망쳐도, 살해당할 뿐인가. 알았어. 할게」
각오를 다진 아키라가 일어섰다. 그 표정에서 조금 전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알파가 아키라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도록, 상냥하면서도 힘찬 미소를 지었다.
『아키라, 각오를 다져. 이 정도의 일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굉장한 헌터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생각되지 않아?』
아키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그랬었지. 의지와 각오는 내 담당이었지」
의지와 각오는 내가 어떻게든 하겠어. 아키라는 예전에 알파의 지시를 거역해서 거의 죽을 뻔했을 때, 분명히 알파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거짓말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마저 할 수 없다면, 돈도 실력도 없는 자신이 알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어진다. 실적을, 신뢰를 쌓겠다고 약속한 말도 전부 허울 좋은 말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생각이 아키라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의지를 나타내며, 각오를 다진다. 아키라는 다시 한 번 자신을 강하게 타일렀다.
알파가 믿음직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것 말고는 내가 담당하도록 할게. 내 굉장한 서포트 능력을 아키라에게 알기 쉽게 보여줄 기회가 온 것 같네. 맡겨줘』
「응. 부탁할게」
그렇게 확고히 대답한 아키라를 보고, 알파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조금 여유가 있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도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 역시 아키라는 나를 만나면서 운을 다 쓴 것 같아』
「……나도 그런 생각이 든 참이었어」
아키라도 쓴웃음을 지었다. 알파가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 괴롭다는 듯한 말투로 계속 말했다.
『안심해도 좋아. 아키라가 쓴 행운보다도, 내가 더 확실하게 아키라를 잘 돌봐줄 거니까』
「친절도 하셔라. 덕분에 좀 살 것 같네」
아키라가 농담을 되받아치고 가볍게 웃었다.
『응. 맡겨줘. 도와줄 테니까』
알파도 시원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도의 연산으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알파의 웃는 얼굴은, 아키라를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했고, 기력을 회복시켜줌과 동시에 싸울 의사를 되찾게 했다. 전부, 알파의 의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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